경제학 중에 ‘게임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2002년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에서도 다룬 적 있는 천재 경제학자 존 내시(John Nash)가 정립한 이론으로, 여러 주체가 상호작용하여 의사 결정하는 상황이라면, 개인은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선택을 달리하여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아낸다는 당연한 상식에서 시작된 이론이다.
게임이론의 상황은 인류의 역사에서 분야나 국적을 불문하고 꾸준하게 나타나 왔고, 한국 세무행정도 그 예외는 아니다. 2015년 사망한 존 내시가 다시 살아나 한국의 세무행정을 본다면, 오히려 ‘이렇게 다이내믹한 상호작용은 없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우리나라 종합소득세의 역사는 정부수립 이후부터 따져도 78년 남짓이다. 그중에서도 종합소득세 신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은 국세청 개청 이후로 60여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동안 국세청의 납세 서비스는 납세자의 니즈를 예측하여 시스템을 미리 변경하고, 그해 신고 기간 납세자의 반응을 살펴 이듬해 신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역동적으로 굴러왔다.
일례로, 2015년에는 납세자의 신고 편의와 신고 성실도를 제고하기 위해 53만명에게 세금 신고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성실신고 안내문’을 발송하였다. 이후 납세자의 현장 피드백을 종합하여 세무신고 안내문을 지속적으로 수정하여 2026년에는 1333만명이 보다 쓸모 있는 신고 안내문을 수령하였다.
신고 안내문으로 신고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았다 하더라도, 세금 신고는 여전히 어렵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세무상 조력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영세 사업자에 더 크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이것이 ‘납세협력비용의 역진성’이다. 이에 국세청은 납세협력비용의 역진성을 완화하고 ‘시간이 곧 돈’인 납세자에게 더욱 빠른 신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두 가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는 2016년 시작한 ‘모두채움 서비스’이다. 생업에 바쁜 영세 사업자들이 세금 신고에 귀중한 시간을 쏟아붓지 않도록 국세청이 수입금액부터 세액까지 모두 계산해 주는 서비스이다. 작년 기준 총 633만명의 납세자가 모두채움 서비스의 혜택을 받았다.
또한 미수령 환급금이 있는 납세자에게는 2021년부터 ‘환급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작년 기준 136만명의 납세자가 평균 10만원을 환급금으로 수수료 없이 수령하였다. 국세청의 신고 서비스가 단순한 신고 접수에서 협력비용감축을 넘어 실질적이고 신속한 환급 지원까지 이어진 것이다.
올해부터 고민하는 화두는 신고 서비스가 환급 지원에서 더 나아가, 납세자의 세금 최적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컨설팅하는 기능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현재 홈택스는 ‘생성형 AI 챗봇’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금의 AI 챗봇은 납세자의 질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하지만 종국에는 납세자의 사업 현황이나 개인 사정에 따라 공제·감면을 적확하게 적용하여 납세자의 세액을 최적화하는 기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처럼 납세자와 국세청 간의 게임 상황에서 국세청의 시스템은 항상 보다 나은 솔루션을 찾아내 발전해 왔다. 경제활동의 세분화에 따라 그 발전은 끝이 없겠지만, 앞으로도 지속될 발전의 여정에서 납세자의 신뢰감과 안정감도 같이 증가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성진 국세청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