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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칸에서 다시 묻는 K무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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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특정 영화 한 편의 성취가 아니라 어느 나라가 더 지속 가능한 영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가였다.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답을 보여줬다.

올해 칸에서 일본은 유독 강했다. 경쟁 부문에만 세 편을 올렸다. 일본 감독 세 명이 동시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5년 만이다. 그중 하마구치 류스케의 ‘올 오브 어 서든’은 극찬 속에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칸 프리미어에서 사무라이 대하사극을 선보였고, 젊은 여성 감독 소데 유키코는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칸에 처음 입성했다. 경쟁과 비경쟁, 노장과 중견이 고르게 포진한 무대였다. 특정 거장 한 명에 기대지 않는 두꺼운 감독층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이규희 사회2부 기자
이규희 사회2부 기자

영화제와 나란히 열리는 칸 필름마켓에선 일본의 존재감이 더 뚜렷했다. 일본은 올해 처음 필름마켓 주빈국을 맡아 마켓 중심부에 대형 부스를 차렸다. 영화·애니메이션 등 일본 콘텐츠 산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행사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연일 이어졌다. 영화 한두 편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세일즈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접근은 달랐다. 일본이 이미 구축한 산업을 넓히는 단계라면, 인도네시아는 성장의 판 자체를 짜고 있었다. 국제 공동제작·인재 육성 프로그램 ‘넥스트 스텝 스튜디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젊은 영화인들이 프로젝트를 피칭했다. 인도네시아 문화부와 자카르타 주정부, 대사관, 프랑스 문화원까지 힘을 모은 프로젝트였다. 관련 행사에서 만난 문화부 관계자는 “5년 내 인도네시아 영화를 주요 국제영화제의 상시 손님으로 만들고, 글로벌 배급망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영화를 자국 산업에 가두지 않고 국제 자본·교육·공동제작 네트워크와 연결된 글로벌 시스템으로 보며 세계 속 입지를 구축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영화도 성과를 냈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필름마켓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200여개국 ‘완판’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수준 해외 판매 성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 외 마켓 분위기는 조용했다. 새로운 이름, 새로운 흐름이 떠오른다는 인상은 약했다.

올해 칸에서 거듭 확인된 거대한 흐름은 국제 공동제작의 일상화다. 황금종려상 수상작 ‘피오르’는 루마니아 감독이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연출했고, 루마니아·프랑스·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 자본이 결합했다. 하마구치 작품 역시 일본 감독이 프랑스어권 배우들을 기용해 일본·프랑스·독일·벨기에가 함께 만들었다. 지금 칸에서 환영받는 상당수 영화는 단일 국가 시스템 밖에서 탄생한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올해 처음 국제 공동제작 시범사업을 시작해 4개 작품에 16억원 지원을 최근 결정했다. 늦었지만 필요한 움직임이다. 물론 공동제작이 한국 영화의 만능 해법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지금 한국 영화에 필요한 건 경색된 국내 투자 회복만이 아니다. 좁아진 내수시장 안에서 버티는 산업이 아니라, 외부와 연결되며 외연을 넓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올해 칸은 그 방향을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