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제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했다. 이어 “경제 전반의 가격체계가 상향 조정되는 것은 장기간 저성장·저물가에 익숙해진 한국 경제가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3고악재 충격을 방어해야 할 정책 고위당국자로서는 부적절하고 안이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고물가와 고금리는 미국·이란 전쟁발 에너지 공급망 충격에다 글로벌 긴축 흐름이 더해진 것으로 외풍에 휘둘리는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그 결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서민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경제 도약 과정을 불가피한 성공비용으로 포장할 일이 아니다. 환율인식은 더 걱정스럽다. 김 실장은 올해 코스피 급등 여파로 외국인들이 주식매도에 나섰는데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 올렸다”며 “성공의 역설적 현상”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달러당 1500원 이상의 환율을 용인한다는 신호로 읽힐 우려가 있다. “정부 무능을 감추기 위한 말장난이자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과하지 않다.
김 실장은 올해 한국 경제가 물가상승분을 포함한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한다고 했다. 근거가 아리송하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명목성장률은 실질 성장률 2∼2.6%에 종합물가지수(GDP디플레이터) 2∼3%대를 합쳐 5∼6% 수준으로 추정된다. 김 실장의 전망과는 격차가 크다. 긴 호흡으로 봐도 잠재성장률이 1%대 후반에 그치는 상황에서 1980∼1990년대 고도성장기에 필적하는 도약이 시작됐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김 실장이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초호황에 취해 과도한 낙관론에 빠진 건 아닌가. “반도체 가격 상승은 다른 정보기술산업에 (비용 상승으로) 비극이 될 수 있는 만큼 지속 불가능하고 업황이 꺾일 수밖에 없다”(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는 경고를 명심해야 한다.
김 실장은 얼마 전 반도체 등 AI 산업 호황으로 얻어질 초과 세수를 국민에 환원한다는 ‘국민배당제’를 제안했다. 그 발언이 나오자 코스피가 장중 5% 이상 급락했다. 3고악재를 바라보는 김 실장의 ‘장밋빛’ 인식도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경제를 살리려면 객관적 현실인식에 기반해 시장원칙을 왜곡하지 않는 접근이 필수다. 반도체 초호황은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을 키우는 산업혁신의 골든 타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