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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부검하다… 국과수 사람들 [밀착취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동’ 본격 가동

창립 71주년을 맞이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건과 사고 현장을 선제적이고 과학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전용 실험 공간인 ‘법공학동’을 개청해 본격적인 가동에 나섰다.

1955년 국내 유일의 과학수사 감정기관으로 출범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71년간 새로운 감정기법 개발과 표준화, 체계적인 감정시스템 구축을 통해 고품질의 감정서비스를 제공하며 세계적인 법과학 선도기관으로 발돋움해 왔다.

① 강원 원주시 반곡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동에서 심규선 공업연구관이 디지털포렌식에 앞서 파손된 스마트폰을 수리하고 있다.
① 강원 원주시 반곡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동에서 심규선 공업연구관이 디지털포렌식에 앞서 파손된 스마트폰을 수리하고 있다.
② 법의검사과 연구원들이 거짓말탐지기 그래프를 분석하고 있다.
② 법의검사과 연구원들이 거짓말탐지기 그래프를 분석하고 있다.

이번 법공학동 개청은 복잡하고 대형화하는 현대의 범죄와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층 고도화된 첨단 법과학 인프라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작년 3월 개청된 법공학동은 ‘공간과 기술의 결합’을 모토로 삼고 있으며, 실제 사건·사고 현장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모의 실험공간과 첨단 디지털 기술이 집약된 가상 실험공간 등으로 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③ 오원택 연구관이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③ 오원택 연구관이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내부 실험실은 전문적인 감정을 위해 크게 안전, 교통, 디지털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먼저 안전 분야 실험공간은 실제 사고 현장을 재현하고 3D 스캔 기술을 활용해 감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이 분야의 핵심 시설인 창의융합실험실은 초대형 안전사고 실험실로,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추락 모의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총기감정 의뢰가 들어왔을 때 실제 발사 실험을 실시해 탄환 비교와 사격 거리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시사실과, 혈액을 이용해 유혈사건 현장을 재구성하고 이를 3D 스캔하여 형태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혈흔형태실험실이 함께 마련됐다.

특히 3D 파노라마 피어리뷰 감정실의 경우, 화재 사고 등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현장 및 증거물을 기존의 2차원 평면 사진이 아닌 3D 파노라마 형태로 보존하고 실제로 구현함으로써 대형 사고를 비롯한 각종 화재 감정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④ 법공학동 3D 파노라마 피어리뷰 감정실에서 연구관들이 화재 현장을 파노라마 모니터로 살펴보고 있다.
④ 법공학동 3D 파노라마 피어리뷰 감정실에서 연구관들이 화재 현장을 파노라마 모니터로 살펴보고 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교통사고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교통 분야 전용 실험공간도 대폭 확충됐다. 감정 유형별로 최적의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차량성능검사실은 실내에서도 실외 주행의 조건을 동일하게 구현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각종 진단장비와 데이터 수집장치를 유기적으로 연동하여 급발진 주장 사고나 의심 차량이 발생했을 때 정밀한 감정이 가능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자율주행차량이나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장착 차량의 센서 및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첨단모빌리티검사실과, 실제 교통사고 현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재현해 운전자 관점에서의 다각적인 사고 분석을 수행하는 실제 차 기반의 드라이빙시뮬레이터실도 함께 구축되어 미래형 교통 감정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⑤ 법의검사과 연구원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검시하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⑤ 법의검사과 연구원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로 검시하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융합 범죄에 맞서는 디지털 분야 실험실은 청각의 시각화 등 범죄 해결을 위한 다각도 접근과 함께 사건 관련자의 참여권 보장, 연구원 내 기술지원을 통한 감정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주목받는 디지털포렌식 참관실은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 등 형사사건 관련자의 참여권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전자식 유리벽과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디지털 포렌식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를 통해 감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했다.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인 법공학동의 본격적인 가동은 미궁에 빠지기 쉬운 현대 사건·사고의 실체를 밝히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완벽에 가까운 현장 재현 실험이 가능해지면서, 대형 인명 피해나 재난 발생 시 제기되는 긴급 감정 의뢰에 한층 신속하고 예리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70년의 감정 노하우와 최첨단 인프라의 융합을 발판 삼아, 억울함 없는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의 신뢰를 지켜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감정기관으로 도약할 국과수의 새로운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