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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감성엽서] 수레국화, 그 청남색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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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홍제천에 수레국화 보러 가요. 우리 동네 사는 김정수 시인이 전화를 했다. 그래, 지금이 수레국화가 가장 예쁜 달이지. 우리는 수레국화를 보러 홍제천으로 나갔다. 그런데 몇 년 전만 해도 홍제천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수레국화가 온데간데없어지고 괴불주머니꽃들만 무성했다. 그 많던 수레국화는 다 어디로 갔을까? 길 끝에서 길 끝으로 눈 비비고 찾아봐도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수레국화. 어쩌다 개망초, 뽀리냉이, 씀바귀, 색색의 괴불주머니들 속에서 청초한 청남색 수레국화 몇 송이를 발견하면 우리는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기쁜 탄성을 내지르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아니지만 참으로 함초롬하고 기품 있는 수레국화. 아주 작은 통꽃들이 수레바퀴처럼 방사형으로 모여 한 꽃송이를 이루는 것도 예쁘지만, 한참을 그 꽃 앞에 서 있게 만드는 그 색깔, 그 블루! 내가 좋아하고, 김정수 시인이 좋아하고, 빈센트 반 고흐와 클로드 모네, 조앤 미첼이 좋아했던 꽃, 수레국화.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색깔이 고흐의 노란색이 아니라 고흐의 파란색이었나? 의심스러울 만큼 요즘은 파란색, 수레국화꽃 색깔이 참 좋다. 좋아지고 있다. 남청색 원피스를 하나 사고 싶을 만큼. 그러다 젊은 날의 한 추억이 떠올랐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 그는 항상 세 가지 잉크를 준비해 놓고 글을 썼다고 한다. 소설을 쓸 땐 파란색 잉크, 언론기사나 산문을 쓸 땐 분홍색 잉크, 시를 쓸 땐 노란색(황색) 잉크. 너무너무 재밌게 감동적으로 그 두꺼운 책을 다 읽고는, 파란색 잉크와 노란색 잉크를 사기 위해 문방구로 달려가다 넘어져 무릎을 아주아주 아프게 깬 추억!

그처럼 나는 작가들이나 예술가들의 이런 소소하지만 별난 고집과 집착을 무척 좋아해 간혹 몰래 따라 하기도 한다. 신나고, 재미있고, 창의적이고, 인간적이니까. 그 까탈스러운 바그너도 악보를 필사할 땐 언제나 파란 잉크만을 사용했다거나, 파란색 자체를 예술로 삼아 자신만의 파란색,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을 발명하고, 특허까지 낸 프랑스의 전위예술가, 이브 클라인,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의 청색 시대의 그림들, 조앤 미첼의 ‘수레국화’와 나무 그림들 등등. 시대가 바뀌면서 이젠 이런 재미도 조금씩 사라져 버리겠지만. 그래도 이런 남다른 괴팍한(?) 작가들의 취향이나 습관이 있어 오랫동안의 내 글쓰기가 훨씬 자유롭고, 재미나고, 유연하고, 여유로웠던 것 같다.

고흐가 수레국화에 어울리는 꽃을 찾기 위해 여러 색깔의 털실 뭉치로 보색 대비를 연구했듯이 나도 그런 마음과 자세로 계속 글을 쓰고, 글을 읽어왔으니까.


김상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