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는 ‘장보고 N 사업’을 26일 발표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경남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개최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했다. 안 장관은 “핵추진잠수함은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정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획 발표 통해 건조 의지 재확인
정부가 이날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은 정부 차원의 건조 의지를 대내외에 재확인하고,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1990년대 김영삼정부 시절부터 물밑에서 비밀 사업 형태로 진행됐다. 보안 유지에는 도움이 됐으나, 실제 추진 동력 확보에는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기본계획 발표로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공식적인 전력증강 차원의 이슈로 전환됐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가 거론된 이후 제기됐던 우려들을 해소하고,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과의 협의가 진전되면 즉각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치적 환경 변화에 의한 사업 백지화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담긴 핵추진잠수함 및 원자력 협력 후속 조치를 논의할 첫 한·미 실무협의는 다음달 중 개최될 전망이다. 실무협의를 앞두고 정부는 실질적인 사업 추진 준비를 진행해왔다. 해군은 최근 합동참모본부에 핵추진잠수함 소요제기서를 제출했고, 국방부는 핵추진잠수함 관련 특별법 제정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중간선거 전까지 사업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미국과의 협의 및 군 소요결정과 기본계획, 법 제정 등을 진행하면 한·미 정치적 환경이 바뀌어도 사업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 확보 등 난제 많아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은 ‘장보고 N 사업’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국방부는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정신을 계승한 차세대 모델(Next generation)이며, 핵추진(Nuclear powered) 방식을 적용하고, 첨단 신기술(Neo technology)을 집약한 잠수함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국가전략사업으로 규정하고 △저농축우라늄 핵연료 사용 △국내 개발·건조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및 2030년대 후반 이후 전력화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원자력 및 조선 분야에서 축적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활용해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도록 개발하고, 설계·건조·운용·정비·핵연료 관리·해체 등 전 과정을 총수명주기 관점에서 개발·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핵비확산 의지도 밝혔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영국 핵추진잠수함은 핵무기 제조가 가능할 정도의 고농축우라늄 핵연료를 쓴다. 핵추진잠수함용 저농축우라늄은 프랑스만 생산·운용한다. 프랑스는 핵추진잠수함용 저농축우라늄 핵연료를 제3국에 공급한 적이 없다. 국내에서 자체 생산·조달하는 방법이 있으나, 농축→핵연료 제조→원자로 장입→잠수함 운용에 이르는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저농축우라늄 핵연료를 쓰는 잠수함은 주기적인 재급유가 필요하므로 원자로에 핵연료 재급유 장치를 설치하는 설계도 필요하다. 원자로 소형화·최적화도 기술적 난도가 높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려면 10∼15년이 걸릴 수 있는데, 기술 리스크가 발생하면 개발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물질 확보와 농축 과정, 원자로 소형화 문제 등이 있는데, 원자로를 소형화해서 잠수함에 실으려면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비 조달도 문제다. 국내에서 건조한다면 조선소에 방사능 차폐 시설과 핵연료 장전 등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현재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에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총사업비는 20조원 안팎에 달한다. 이 같은 요소들을 모두 갖추려면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도 있다. 다수의 함정 건조 사업과 KF-21 전투기 생산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거액의 재원을 조달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건조 장소도 변수다. 정부는 한·미가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합의한 지난해 10월 정상회담 이후 국내 건조 방침을 밝혀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를 건조 장소로 지목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미가 추가로 협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