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국 기숙사 복도에서 “꺄아아악!!!” 하는 큰 비명이 울렸다. 나는 무슨 사고라도 난 줄 알고 뛰어나갔는데 결국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큰 나방 한 마리 때문이었다. 여름철이라 열어 둔 창문으로 날아든 모양이었는데 정작 더 놀란 건 나방보다 사람들이었다. 어떤 학생은 벽 뒤로 숨고 어떤 학생은 얼굴을 감싸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 장면을 본 나는 그냥 미소만 지었다. 미얀마에서 자란 내게 이런 벌레는 그냥 손으로 잡아 밖으로 던지면 되는 여름철 벌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 나방을 잡아 창밖으로 던지자, 한국 친구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와, 진짜 용감하다.”, “너 어떻게 맨손으로 잡아?”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나는 본의 아니게 기숙사의 ‘벌레 담당’이 되었다.
이런 일은 다른 곳에서 많이 일어난다. 지하철역에서 비명이 들려 가보면 벌레 한 마리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시장 상가에서도 파리나 나방, 매미 같은 벌레가 들어오면 한국 직원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를 찾았다. 재미있는 건 남자 직원들까지 “나는 진짜 못 잡겠다”라고 말하며 뒤로 물러난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휴지나 청소 도구를 들고 벌레를 잡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런 상황이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있게만 여겨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나를 보고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은 벌레 잘 잡잖아”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 악의 없는 농담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이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이 말에는 동남아가 열대기후이고 후진국이 많고 자연과 벌레에 익숙하다는 고정관념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동남아 사람들도 위험한 벌레는 무섭다. 독이 있거나 사람을 물거나 위생적으로 문제가 되는 벌레는 바로 처리한다. 바퀴벌레가 음식 위를 지나가는데 아무렇지 않게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크게 위험하지 않은 작은 벌레들까지 극도의 공포 대상으로 여기지 않을 뿐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벌레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벌레를 위험과 불결함의 상징으로 여기는 문화도 있고, 벌레를 자연스럽게 보는 문화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도 한국 생활을 오래 하면서 조금씩 변한 것 같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작은 벌레도 이제는 먼저 치우게 되고 위생에도 더 민감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벌레 하나 때문에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모습은 내 눈에 조금 지나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에 새겨진 감각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런 차이는 우리 집 안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에 온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라 위험하지 않은 벌레는 함부로 죽이지 않으신다. 반면 한국인 남자 친구는 벌레를 발견하면 바로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작은 벌레 하나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어색해진 적도 있었다. 엄마는 “왜 그렇게까지 예민하냐?”라고 말씀하셨고, 남자 친구는 “그럼 그냥 두고 봐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대화를 보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벌레를 대하는 태도에는 종교와 환경, 위생 관념, 생명관까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상호문화사회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사람으로 되는 사회가 아니다. 누군가는 벌레를 보면 비명을 지르고, 누군가는 맨손으로 잡고, 누군가는 죽이지 않으려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이상하게 여기기보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반응할까?”를 이해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어쩌면 진짜 상호문화는 거창한 국제행사보다 여름날 방 안으로 날아든 작은 벌레 한 마리 앞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