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찰로부터 송치 받은 단독 범행 사건을 보완수사한 끝에 도피 생활 중 사기 행각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주희)는 별건 범죄로 구속 상태인 A(37)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범인도피 교사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공범 B(37)씨를 특경법상 사기와 범인도피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24년 11월쯤부터 약 1년 동안 존재하지도 않는 회사의 재무팀장인 척하면서 발주비가 필요하다며 피해자 8명에게 약 3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1년8개월 동안 도피 생활 중이었는데, B씨가 은신처와 휴대전화, 계좌 등을 제공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B씨의 혐의점을 포착하고 그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A씨 관련 사건 3건을 병합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통화녹음 1만1000여개를 분석했다. 피해금 수취 계좌를 분석하고, 피해자 7명에 대한 진술도 확보했다.
수사 결과 A씨는 12억원대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2024년 4월쯤부터 B씨의 도움을 받아 도피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가 경찰 조사 당시 A씨의 신원이나 소재를 알지 못한다고 허위 진술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사기 피해자들이 신고할 때마다 B씨의 도움을 받아 도피 지역을 옮기고, 가명을 바꿔 신분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일당은 대본에 따라 허구의 회사 재무팀장을 연기하고 이 통화 녹취를 피해자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분석한 통화 녹취에는 이들이 경찰에 신원과 소재를 허위 진술하기로 모의하고, B씨가 A씨로부터 약 3억원의 범죄 수익을 분배받은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경찰은 사기 사건을 A씨의 단독 범행으로 봤다. 이들 일당이 서울과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사기 행각을 벌인 탓에 각기 다른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된 점도 경찰이 B씨의 공범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한 요인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