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한 그릇 비웠을 뿐인데…”
늦은 밤 배달 앱을 켜고 마라탕을 주문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됐다. 매운맛을 고르고 재료를 담는 과정은 달라도, 식탁 위에 놓이는 얼큰한 한 그릇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당면, 분모자, 소시지 같은 토핑을 하나둘 추가하다 보면 그릇은 어느새 묵직해지고 국물도 진해진다.
건더기를 거의 비웠다고 생각한 뒤에도, 그릇 바닥에는 붉은 기름과 짠 국물이 남는다. 하지만 마라탕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은 매운맛이 아닌 바로 이 국물이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통합식품영양성분 DB를 출처로 한 성인 영양지수 교육자료에 따르면, 마라탕 1인분 250~550g에는 나트륨 1529~3140mg이 들어 있다.
가게와 재료, 국물 섭취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많이 들어간 한 그릇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 하루 나트륨 기준 2000mg 미만을 넘길 수 있다.
이미 한국인의 식탁은 짠 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3년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mg이었다. WHO 기준의 1.6배 수준이다.
◆맵기보다 먼저 봐야 할 건 ‘국물’
마라탕의 부담은 단순히 ‘맵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국물에는 향신료와 양념, 기름, 소금기가 함께 들어간다. 여기에 중국당면, 분모자, 완자, 소시지, 어묵을 여러 개 담으면 열량과 나트륨이 동시에 올라간다.
건더기만 먹었다고 해도 국물이 완전히 빠지지는 않는다. 청경채와 숙주 사이에 국물이 배고, 당면과 분모자는 양념을 머금은 채 입으로 들어간다. 마지막에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기 시작하면 나트륨 섭취량은 더 늘어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나트륨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고혈압, 뇌졸중, 신장질환 등 여러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소 혈압이 높거나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라면 짠 국물 섭취량을 더 조심해야 한다.
식약처 분석에서도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섭취하는 나트륨의 50% 이상을 면·만두류, 김치류, 국·탕류, 볶음류, 찌개·전골류 등에서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탕은 면, 국물, 가공재료가 한 그릇에 함께 담기는 메뉴다. 조합에 따라 한 끼의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음날 늘어난 체중, 지방 때문만은 아니다
마라탕을 먹은 다음 날 얼굴이 붓거나 체중계 숫자가 올라갔다고 해서 곧바로 체지방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이 수분을 붙잡으면서 일시적으로 붓기와 체중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마라탕 한 그릇 자체보다 얼마나 자주 먹는지가 더 중요하다.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면 평소에도 짠 음식이나 매운 음식을 찾기 쉬워진다.
탄산음료나 단 음료를 함께 마시면 섭취 열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밤늦게 먹고 바로 쉬거나 잠드는 습관까지 겹치면 몸에 주는 부담은 더 커진다.
최근 이진복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자신의 SNS를 통해 마라탕을 자주 먹는 습관을 경계했다. 그는 맵고 자극적인 국물, 과도한 기름, 가공된 재료가 장내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라탕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가끔 먹는 것과 습관처럼 자주 먹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같은 메뉴라도 재료 구성이나 국물 섭취량, 먹는 횟수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끊기보다 먹는 법부터 바꿔야
마라탕을 좋아한다고 해서 끊을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먹는 방식은 한 번쯤 점검해볼 만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국물을 덜 먹는 것이다.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은 남기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맵기 단계도 낮추는 편이 낫다. 매운맛이 강할수록 국물과 음료를 더 찾게 된다. 짠맛이 강하게 느껴질수록 국물은 덜 마시고 건더기 중심으로 먹는 것이 좋다.
재료 선택도 중요하다. 중국당면, 분모자, 소시지, 완자류를 줄이고 숙주, 청경채, 배추, 버섯, 두부, 달걀을 늘리면 포만감은 유지하면서 부담을 덜 수 있다. 고기를 넣더라도 가공육보다 일반 고기나 두부류를 고르는 편이 낫다.
마라탕을 먹을 때마다 재료 구성을 조금씩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공육 대신 채소를 늘리고, 당면류보다 두부나 버섯을 선택하면 열량과 나트륨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국물을 남기는 습관까지 더하면 같은 메뉴라도 몸에 주는 부담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마라탕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먹는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마라탕을 먹을 때 나트륨 섭취를 가장 많이 늘리는 건 국물인 경우가 많다”며 “국물을 다 마시지 않고 가공육 대신 채소나 두부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