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월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관저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체포됐다. 미국 내 마약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마두로는 비록 목숨을 건졌으나 미국 뉴욕으로 압송돼 재판에 넘겨졌다.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과도기 동안 국정을 책임진 임시 정부는 마두로의 신병이나 거취에 관한 언급을 아예 삼가고 있다. 2013년부터 13년 가까이 베네수엘라를 이끈 국가원수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2. 지난 2월28일 미국이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작전명을 내걸고 이란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도 함께했다. 두 나라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공습 첫날 이란 최고 지도자(라흐바르) 알리 하메네이(당시 86세)가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하나 미국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란의 항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을 두고 적국의 지도자 제거, 일명 ‘참수 작전’이 곧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주성 한국국방외교협회 중동아센터장은 28일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학술 회의에서 “이스라엘·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상대국의 지도자를 없애는 것이 곧 승리를 가져온다는 상식을 깼다”고 주장했다.
한 센터장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갑작스럽게 최고 지도자를 잃은 이란이 혼란을 겪으며 붕괴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하메네이의 폭사는 되레 이란인들 사이에서 ‘순교’로 규정되며 반미(反美) 의식이 더욱 강해지고 저항 의식을 고취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6)가 후임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센터장은 “참수 작전 성공이 오히려 전쟁 상대국의 저항 의지를 더 공고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중동 전쟁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사례는 베네수엘라와 여러모로 대비된다. 올해 초 마두로가 미군에 붙잡혀 뉴욕으로 연행된 뒤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상대로 대대적 보복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당장 정권 ‘2인자’ 델시 로드리게스(57)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며 마두로를 향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마두로를 붙잡은 미국을 겨냥해 “베네수엘라는 그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항의하며 마두로 석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의 강경한 태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에 오른 그는 미국 기업의 베네수엘라 원유 사업 복귀를 허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투자 확대를 위해 각종 규제 빗장도 푼 것은 물론 그간 서방 국가 정부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감 중인 반정부 인사들 석방 조치도 단행했다.
일각에서 ‘마두로 제거 이전에 미국이 로드리게스를 차기 지도자로 낙점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훌륭한 인물”이라고 부르며 칭찬했다. 미 법무부는 최근 로드리게스를 겨냥한 마약 혐의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미국에선 ‘트럼프를 상대로 아양을 떨더니 결국 보상을 받은 것’이란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