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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휴급여’ 못 준단 노동청에 “지극히 형식논리적” 일침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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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한국형 사회법원’ 추진 이후
전문 합의부 선고한 ‘첫 모성보호 사건’
대법 우려한 ‘분할 육아휴직 기산일 모순’ 현실로
‘존재 않는 권리’에 행사 태만했단 노동청에
재판부 “요건 충족 안 됐는데 논하는 건 무의미”

육아휴직을 나눠 사용하는 과정에서 1차 휴직 기간이 한 달에 미치지 못했다면, 그 종료일로부터 1년이 지나 급여를 신청했더라도 지급을 거부해선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서울행정법원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한국형 사회법원’ 모델 추진 이후 전문 합의부에서 선고한 첫 모성보호 사건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는 직장인 이모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장을 상대로 낸 육아휴직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28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노동청은 육아휴직급여 신청 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이씨의 신청을 거부했는데, 법원 판결로 이 처분이 취소되는 것이다.

 

이씨는 둘째 자녀 양육을 위해 2024년 3월25일부터 같은 해 4월14일까지 1차로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같은 해 9월1일부터 2025년 8월10일까지 2차 육아휴직을 나눠 썼다. 1차 휴직 기간이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21일에 불과했다.

 

이씨는 2차 육아휴직을 하던 중이던 2025년 5월18일에 이르러서야 앞선 1차 휴직분에 대한 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노동청은 고용보험법에 따라 1차 육아휴직이 종료된 날로부터 12개월의 신청 기한이 지나 청구했다는 이유로 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현행법상 육아휴직 급여를 받으려면 최소 30일 이상 휴직해야 하므로 1차 휴직이 종료된 시점에서는 이씨에게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이미 발생한 권리의 행사를 게을리하는 경우를 조기 안정시키려는 목적의 제척기간 제도를 이 경우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헌법이 명시한 국가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고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노동청은 ‘거절될 신청이라도 미리 해두어 거절이라도 받아두지 않는다면 향후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국가에 ‘모성에 대한 특별한 보호’와 노력의무를 부과한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지극히 형식 논리적인 주장으로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 없음’마저 느껴지게 한다”고 질책했다.

 

노동청이 지급 거부 처분 근거로 내세운 고용노동부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업무편람’ 지침에 대해서도 “자체적이고 독단적인 법 해석일 뿐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아직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실체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권리'를 논하는 것 자체부터가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은 202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안철상 대법관이 보충의견을 통해 예견했던 ‘분할 육아휴직 시 기산일 모순’이라는 가상의 사례가 현실로 나타나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사건이기도 하다.

 

한편 법원은 국민의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회보장 사건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대규모 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건 경과와 쟁점을 도해한 ‘알기 쉬운 정리’ 그래픽 이미지를 판결문 본문에 직접 추가하여 전달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