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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의이매진] 나무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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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울창한 나무숲을 보았다. 나무가 많은 숲에 머리를 대고 누워 끝 간 데 없이 뻗어나간 나무의 끝을 올려다보는 꿈이었다. 그렇게 키가 큰 나무를 실제로 본 적이 있었던가. 아마 있을 것이다. 일본의 아오모리도 그런 곳 중 하나이다.

아오모리에 간 건 아마도 11월, 혹은 늦은 가을이었다. 나를 그곳으로 안내해 준 분은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배낭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 주었다. 아오모리에 도착해 저녁밥을 먹겠지만 배가 고프면 안 되니까 미리 먹어두라면서. 우리는 너무 피곤해 서로의 어깨가 닿는 줄도 모르고 잤다. 그리고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한 차창 밖 풍경을 보며 빵 표면에 바늘 자국이 새겨진 흰 크림빵과 우유를 맛있게 먹었다.

왜 나무가 울창한 숲에 가는 꿈을 꾸는 걸까. 무슨 이유로 나무숲 소리를 듣고 싶은 걸까. 평창에 사는 친구 집에 가면 밤새 나무숲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곳은 이미 한여름일까, 어쩌면 밤에는 몹시 추울 수도 있겠다. 친구가 키우는 집 나간 고양이는 돌아왔는지, 안부를 묻지 못했다. 친구가 평창에서부터 택배로 보내준 열무김치는 쉬어 꼬부라져 더는 먹을 수가 없다. 매일매일 김치 통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 버리기는 아깝고 모든 게 미안하기만 하다.

어젯밤 꿈에서는 나무숲만 있고 나조차도 없는 풍경을 보았다. 풍경과 내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나무숲 소리조차도 들을 수 없었다.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이 떠올랐다. 인간이 없어도 거뜬히 존재하는 세상, 인간이 망친 것들을 서서히 복원해 가는 생태적 움직임, 많은 새조차도 인간이 존재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예언들 말이다. 그러니까 나무들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가 있는 것은 인간이고 인간이 해놓은 흔적들일 테니까.

아오모리 나무숲에서 나눴던 얘기들이 기억난다. 너도밤나무 숲에서였나. 나무가 저렇게까지 높이 뻗어 올라가기 위해서 견딘 시간, 햇볕을 받기 위해 기다린 시간, 나무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시간이 많다는 얘기를 나눴던 것 같다.

나무숲 꿈은 자연과 가까이하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더 더워지기 전에 평창에 가봐야겠다. 이끼가 많은 계곡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인간은 자연을 망치기도 하지만 또 자연밖에는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진리다.


강영숙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