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워/ 아서 스넬/ 노승영 옮김/ 리더스북/ 2만3000원
얼음이 녹자 세계 질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는 환경 문제를 넘어 권력과 안보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영국 외교관 출신 아서 스넬은 ‘뉴 워’에서 이 변화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는 기후위기를 생태 재난만이 아니라 새로운 지정학의 출발점으로 규정한다. 책은 녹아내리는 빙하와 메마른 토양, 극단적 폭염과 해수면 상승이 국제 질서를 어떻게 뒤흔들지에 대한 일종의 예견서다.
문제의식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외교관으로 일하던 2003년, 그는 스위스 알프스 등반 중 낙석에 맞을 뻔한 사고를 겪었다. 빙하가 녹으며 산악 지형이 불안정해진 것이 원인이었다. 환경 변화가 인간의 생존 조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고전적 지정학이 전제해온 “지형은 정치의 바탕”이라는 명제는 기후변화라는 변수 앞에서 근본적으로 재해석되고 있었다.
이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은 북극이다. 얼음이 녹자 새로운 항로와 자원이 드러났고, 강대국들은 곧바로 움직였다. 러시아는 북극해 해저에 자국 국기를 꽂으며 영유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검토했다. 중국 역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일대에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한때 얼음으로 봉인됐던 공간이 세계 전략 경쟁의 최전선으로 변한 셈이다.
저자는 옥스퍼드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중동과 아프리카 분쟁 지역을 20여년간 누빈 외교관 출신이다. 기후 과학자나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현실을 다뤄온 인물이다. 자연히 그의 관심은 탄소 감축의 당위론이 아니라 ‘기후변화 이후 세계는 어떻게 재편되는가’ 하는 질문에 맞춰져 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고, 그것이 어떤 충돌과 권력 이동을 촉발하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기후위기가 자연 파괴를 넘어 정치·경제 구조 전체를 흔든다고 본다. 가뭄과 식량난은 아프리카 지역 분쟁을 심화시키고, 난민 이동은 유럽과 미국의 극우 포퓰리즘 부상과 맞물린다. 해빙 중인 북극에서는 자원 경쟁이 벌어지고,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가진 국가들은 새로운 전략적 위상을 얻게 된다. 기후변화가 국제정치의 판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진단이다.
책은 흙·공기·불·물 네 가지 원소를 축으로 전개된다. ‘흙’ 부분에서는 식량과 광물 경쟁을, ‘공기’에서는 폭염과 이주, 음모론과 지구공학을 다룬다. ‘불’은 화석연료 이후의 에너지 질서와 원자력·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물’에서는 담수 부족과 북극 해빙, 해수면 상승 문제를 종합적으로 짚는다. 다소 교과서적인 구성이지만, 각 지역 사례를 국제정치 맥락 속에서 엮어내는 솜씨는 설득력을 갖는다.
결국 저자가 그려내는 미래는 단순한 환경 재난의 시대가 아니다. 기후위기 이후 세계는 새로운 자원과 생존 공간을 둘러싼 신(新)제국주의 구도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내다본다. 그는 경고한다. “기후위기는 미래 세계를 몰라보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