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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K가 죽어야 K가 산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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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죽어야 K가 산다(장준환, 한스컨텐츠, 1만5000원)=K팝·K드라마·K푸드 등 세계적으로 영항력을 키워가는 K컬처의 구조적 한계를 짚어낸다.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문화 사업을 하는 저자는 K컬처가 글로벌 자본에 종속되는 구조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비를 투자하는 경우 지식재산권(IP) 소유권은 대부분 플랫폼에 귀속된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글로벌 자본이 K컬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외부 플랫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해 최소한 일부라도 통제할 수 있는 유통 채널과 데이터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아키코 부시, 박지영 옮김, 멜라이트, 1만6800원)=1792년 지어진 집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일본계 미국 작가의 오래된 장소와 사물에 관한 사색을 담은 에세이다. 할아버지의 의자, 아들이 만든 책상 등 집이라는 공간과 사물들에 스며들어 있는 내밀한 기억과 감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중요한 ‘주제’와 사소한 ‘잡동사니’를 많은 이가 혼동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아버지의 금색 펜이나 어머니의 실크 스카프 등 ‘잡동사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은 ‘주제’다. 공간의 편안함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 등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잡동사니’일 수 있다고 말한다. 평범함과 특별함의 경계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조용히 일깨우는 책이다.

송라이트(모이라 버피니, 강동혁 옮김, 자음과모음, 1만9800원)=영화 ‘제인 에어’와 ‘더 디그’의 시나리오 작가인 모이라 버피니의 첫 장편소설이다. 핵전쟁 이후의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여성의 목소리는 금지되고, 타인의 의식에 접속하는 정신적 능력인 ‘송라이트’는 죄악으로 규정된 세계를 그린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소녀 엘사와 카이라가 수백㎞ 떨어진 거리에서도 서로 연대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시에 억압적이고 군사주의적인 사회 속에서 두 소녀가 자신의 본모습을 지키며 자유를 찾아가는 성장 서사이기도 하다.

새벽은 찾아온다(백만섭, 좋은땅, 1만2000원)=올해 93세인 백만섭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이산의 아픔을 지나온 삶을 담담한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시집에는 어린 시절 홀로 월남해 타향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외로움과 그리움, 긴 세월 끝에도 삶을 견디게 한 희망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표제작 ‘새벽이 찾아온다’는 어둠 끝에 결국 희망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집 곳곳에는 두고 온 고향에 대한 짙은 향수와 떠나온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흐른다. ‘눈 녹은 물’, ‘가지 못하고 있다’ 등의 작품은 지나간 시간과 인연을 향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며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의자가 하나 모자라(댄 길, 수잔 갈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1만6800원)=왁자지껄한 초등학교 교실. 댄 길 선생님이 맡은 반에는 늘 빈 의자가 놓여 있다. 그는 왜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를 두었을까. 어린 시절 길 선생님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치와 함께 어느 부잣집 친구의 생일 파티를 찾아간다. 하지만 파티 주인공의 엄마는 “의자가 하나 모자라서 들어올 수 없다”며 아치를 문전박대한다. 사실 아치를 쫓아낸 것은 그가 흑인이었기 때문. 길 선생님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때를 잊지 않고 교단에 서 있는 50년 내내 초대받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 빈 의자를 준비해 둔 것이다. 교실에 놓인 빈 의자를 통해 평등과 연대, 포용의 가치를 일깨우는 책이다.

5교시 끝나면 이사 갈 거야!(홍민정, 김민우 그림, 위즈덤하우스, 1만5000원)=보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등 가까운 친척들이 모두 한동네에 산다. 방학 때면 친구들은 다들 친척 집에 놀러 간다는데, 여름방학에 아무 데도 놀러 가지 못한 이유가 친척들이 다 모여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보름이는 혼자서라도 이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비밀리에 이사를 하려 하는데 길목마다 마주치는 친척들은 자꾸 “보름아, 어디 가니?”라며 말을 건넨다. 과연 보름이의 이사는 성공할 수 있을까. 특별한 경험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일상적인 하루가 소중하다는 걸 보여주는 따듯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