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A사 사주 B씨는 법인자금으로 36억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6대를 구매해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 내 전시용으로 사용했다.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업체는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직원 급여는 수년간 동결했다. 반면 본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고액급여 60억여원을 받아가고, 고급 룸살롱에 수차례 드나들며 유흥비 약 15억원을 법인비용으로 썼다. 또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이 가상자산 채굴기를 취득하도록 약 200억원을 무상 대여하는 한편 사주일가 명의의 해외계좌에 약 17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해외금융계좌를 미신고해 재산을 은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 같은 법인 명의의 고가 슈퍼카의 사적사용 및 유흥비 및 고액급여 수취, 국외 은닉재산 자금출처 등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국세청이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구매한 뒤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19개 법인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2020년 슈퍼카 사적사용·세금 탈루혐의를 대대적으로 점검한 뒤 2024년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하는 조치가 이뤄졌지만, 탈루행태가 정교하게 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일부 사주는 ‘낙인효과’를 피하기 위해 가액을 낮춰 다운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자녀들이 유흥주점 출입 등에 슈퍼카를 사용한 내역을 가리기 위해 운행기록부를 조작한 점이 확인됐다.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19개 법인들이 소유한 고가 차량은 총 90대(300억원 상당)로,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30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슈퍼카 탈루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각종 편법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한 정황도 다수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슈퍼카 탈세가 기업전반의 탈세 위험을 보여주는 ‘중요 신호’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초고가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취득한 후 사주 일가가 이를 ‘개인 전용차’로 굴리며 호화·사치 생활을 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한 조사대상자는 법인 명의로 총 8억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3대를 취득했는데 사주 일가가 골프장, 특급호텔 등에 사적으로 사용했다.
‘끼워넣기 거래’ 등을 통해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한 탈법 행위도 드러났다. 한 뷰티제조업체의 경우 해외 페이퍼 컴퍼니에 광고비 명목으로 약 60억원을 송금해 허위 광고비를 계상하고, 법인자금을 해외로 유출하기도 했다.
편법적인 방법으로 사주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한 사례도 슈퍼카 탈세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 한 건설업체는 자녀 C씨가 해외에서 귀국하는 시점에 맞춰 약 3억원 상당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추가 취득했다. C씨는 귀국 후 이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C씨는 과거 미성년자로 자금 동원 능력이 없었음에도 약 180억원 상당의 빌딩을 사주와 공동으로 매입하며 부동산 취득자금 약 50억원을 증여받았지만,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법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불법적 관행이 방치된다면 국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면서 “법인의 편법·탈법적 행위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및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