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2.7%로 각각 올리면서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반도체 등 수출 실적이 성장률 전망을 0.7%포인트 밀어 올렸지만 예상치를 뛰어넘는 경기 호조와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불안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신현송 총재가 취임 후 첫 금통위에서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본색을 드러내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7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성장률 2.6%… 반도체의 힘
한은이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는 한국개발연구원(KDI·2.5%)보다 소폭 높고, 한국금융연구원(2.8%)보다는 낮다.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지난달 말 평균 전망치는 2.4%다.
한은은 반도체 등 수출 확대가 성장률을 0.7%포인트 높이고, 수출로 벌어들인 돈에 기댄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증시 호황이 각각 성장을 0.2%포인트, 0.1%포인트 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점차 재개돼 4분기 중 60% 내외까지 완만하게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국제유가도 하반기에 95달러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가정했다. 이 경우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2%(전년 동기 대비 3.0%), 3분기에는 에너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생산 차질로 0.0%, 4분기에는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로 0.4%를 예상했다. 앞서 1분기 GDP는 1.7% 성장했다.
한은이 예상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231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뛴 수치다. 내년 흑자 규모도 1900억달러로 점쳤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면 2.6%보다도 더 높게 성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8연속 동결하면서도 ‘매파적 인상’ 신호를 냈다.
6개월 후 조건부 기준금리에 대해 금통위원 7명이 3개의 점으로 전망하는 점도표도 석 달 전과 비교해 위로 훌쩍 올라갔다. 연 3.0% 전망에 10개 점이 몰렸고 2.75%에 7개의 점이 찍혔다. 연 3.25%를 전망한 점도 2개였으며 현 2.50% 유지는 2개에 그쳤다.
신 총재는 현재 물가 상방 압력이 계속되는 점, 견조한 성장, 원화 약세와 다시 고개 드는 부동산·가계부채 문제 등이 모두 ‘기준금리 인상’을 가리키고 있다며 “(통상 거시지표들이 서로 다른 방향인 것과 달리) 이번에는 좀 예외로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말했다. 인상 시기와 속도·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점도표를 보면 해답이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내 인상과 최고 연 3.25% 인상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신 총재와 금통위원들의 메시지가 워낙 강도 높다 보니, 시장에서는 7월 기준금리 인상 관측이 나온다. 더 나아가 올해 안에 2∼3회 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회의에서는 7명 중 2명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 신 총재는 2명의 소수의견에 대해 ‘이견’이 아니라면서 “앞으로 (기준금리가) 갈 길이 뭐냐에 대해 금통위원들이 뜻과 인식을 같이했다”며 “다만 언제,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에 대해서는 전술적 차이는 있었다”고 전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높은 2.7%로 내다봤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4%로 전망했다. 이미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2024년 7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4월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2.5%로 외환위기인 1998년 2월(2.5%) 이후 최고였다. 윤용준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하반기부터는 유가 충격이 석유류 제품 외 다른 품목으로도 파급되는 2차 충격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