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원인 중 하나로 ‘무리한 공사 일정’을 꼽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서울시가 관계기관에 ‘긴급한 철거’가 필요하다며 공사를 서두른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28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서소문 고가 철거공사에 본격 착수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해 8월 국가철도공단에 철도구간 관련 긴급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 공문에서 철거공사에 대해 “안전상 긴급히 철거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철도구간 철거는 2025년 12월까지 관련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2026년 1월부터 철거를 본격 추진해 5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도구간 관련 공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속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당시 철거 대상인 고가 아래로 열차 선로가 지나기 때문에 관련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실제 26일 붕괴사고 약 5분 전 20량 규모 KTX 열차, 약 1분 전엔 7량 규모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가 자칫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서울시는 공사 전 관계기관 협의뿐 아니라 시공사 선정에서도 속도를 낸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4월10일 철거공사 입찰을 공고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시공사로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83위 흥화를 선정했다. 서울시가 입찰공고문에서 “본 공사는 시내 교통 중심지에서의 고가차도 철거 및 인양 등 난도가 높은 공사”라 규정한 것과 배치된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는 공사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긴 게 아니란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토목부서에서 조속한 처리를 요청해 공고기간을 5일로 하는 긴급공고를 낸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자주 있다”고 했다.
다만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갑자기 긴급으로 발주됐단 건 시공 과정에서도 공사기간 단축에 대한 요구를 많았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라며 “그러면 시공사 입장에서 안전 문제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고 당일 오전 2시쯤 슬래브 절단 작업 중 침하 현상 등 붕괴 징후를 확인하고도 그날 오후 안전진단 진행 전 적절한 사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기한 내 공사를 끝내려다 보니 그런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당시 철거 공정률은 89%였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는 “(침하 현상 확인 후) 소방 책임자도 선정해서 현장에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철저히 한 다음에 안전진단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철도구간 철거 공사가 새벽에 이뤄진 건 관계기관과의 협의 결과,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새벽 시간대 3시간으로 공사 시간대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철도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