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와 시는 규모가 다르잖아요. 경험 있는 사람이 낫지 않나요?”(성동구민 68세 오모씨)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선두를 달리던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매섭게 추격하며 선거의 향방은 예측불허다.
보수세가 강한 강남·송파구와 정 후보가 3선 구청장을 지낸 성동구에서도 표심은 한쪽으로 뚜렷하게 기울지 않았다. 지난 27일 이들 지역에서 확인된 민심은 단순한 지역 구도로 갈리지 않았다. 오 후보의 시정 경험에 대한 안정론과 장기 재임에 따른 피로감, 정 후보의 구정 성과에 대한 기대감과 서울시정 운영 능력을 둘러싼 의구심이 동시에 나타났다. 여기에 정권 견제론과 국정 안정론까지 맞물리며 서울시장 선거를 바라보는 민심은 한층 복잡하게 출렁였다.
강남구 역삼동과 송파구 잠실·방이동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부동산 안정과 정권 견제 필요성을 들어 오 후보 쪽에 힘을 실었다. 석촌호수 인근에서 만난 권모(71)씨는 “오 후보가 더 강하게 맞서지 않는 점이 아쉽긴 하다”면서도 “공소취소 특검(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도 말이 안 되고 경제도 엉망”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소모(90)씨는 “양심적으로, 모든 걸 속이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오 후보 쪽에 마음이 간다”고 전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실망감을 드러내거나 ‘오세훈 시정’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방이동에 30년째 산다는 이모(59)씨는 “정 후보는 아직 잘 모르겠다”면서도 “오 후보가 GTX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 ‘시공사 과실’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고 밝혔다. 역삼동에서 만난 김모(38)씨는 “오 후보가 너무 오래 했다고 본다”며 “눈에 띄는 성과도 잘 모르겠어서 이번에는 정 후보를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성동구에서는 정 후보의 구정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구청장 경험이 서울시장직 수행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교차했다. 생활 행정에서 보여준 세밀함이 서울시정 운영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성동구에서 40년 넘게 생활했다는 정모(66)씨는 “구청장 시절 제설작업부터 동네 어르신 돌봄까지 여러 가지를 세세하게 챙겼다”며 “시는 규모가 다르지만 그동안 해온 토대가 있으니 더 큰 살림도 잘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40년 넘게 성동구에서 이발소를 운영했다는 70대 장모씨는 “정 후보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열심히 찾아다니는 등 대체로 평판이 좋다”면서도 “성동구 사람들은 구청장을 세 번 했던 후보이니 알겠지만 다른 구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 후보가 네 차례 서울시장을 지내며 쌓은 시정 경험을 우선하는 시민도 있었다. 성동구에서 40년 넘게 거주한 오모(68)씨는 “구정 성과만으로 서울 전체를 맡기긴 쉽지 않다”며 “시정을 맡아본 후보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했다. 성동구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김모(68)씨는 “정치인은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며 “잘했다는 평가만 볼 게 아니라 주민들이 문제라고 느끼는 부분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민심이 팽팽하게 갈리는 가운데 지난 26일 발생한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현장 붕괴 사고는 선거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 후보와 오 후보는 28일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을 시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GTX 철근 누락 사태,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등을 계기로 현직시장인 오 후보의 ‘책임론’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정 후보는 이날 “시장 직속 생명안전위원회를 서울 안전 행정의 컨트롤타워로 세우겠다”며 안전 예방 예산을 3배로 늘리는 등의 ‘안전 공약’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스스로를 가혹하게 채찍질하며 현장의 작은 위험 신호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틈새와 사각지대까지 더 집요하게 살피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부동산 심판론’으로 맞불을 놨다. 오 후보는 “서울의 행정 단위는 한 나라의 축소판이다. 시민들께서 전월세 폭등을 비롯해 교통, 문화, 복지 등 여러 현안을 종합적·입체적으로 고려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