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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내 나는 견과류, 그냥 드셨나요?”…볶아도 안 사라지는 1군 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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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견과류 속 아플라톡신…일반 조리 가열로 안심 어려워
쩐내·눅눅함·변색 보이면 폐기…곰팡이 부분만 덜어내도 ‘위험’
건강식도 보관 틀어지면 독 된다…대용량보다 소분·밀폐가 먼저

“쩐내 나는 견과류, 설마 그냥 드셨나요?”

 

냉장고에 오래 둔 견과류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쩐내가 나거나 색이 변하고 식감이 눅눅해졌다면 산패나 보관 불량 신호로 봐야 한다. 게티이미지
냉장고에 오래 둔 견과류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쩐내가 나거나 색이 변하고 식감이 눅눅해졌다면 산패나 보관 불량 신호로 봐야 한다. 게티이미지

냉장고 안쪽에 밀려 있던 견과류 통을 꺼냈다. 아몬드와 호두 봉지를 열었는데, 고소한 향은 어디 가고 눅눅한 기름 냄새부터 훅 올라온다.

 

산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찝찝하다. 잠깐 망설이다 결국 한 알을 집어 든다.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 한 알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견과류는 건강식 이미지가 강하다.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 땅콩은 간식 대신 챙겨 먹는 식품으로 익숙하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불포화지방이 들어 있어 식단 관리용으로 찾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보관이 틀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견과류는 지방 함량이 높아 공기와 열에 오래 닿으면 산패가 빨라진다. 여기에 습기까지 겹치면 곰팡이 오염 위험도 커질 수 있다.

 

29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2026년 1월 공개한 아플라톡신 검사 결과에 따르면 땅콩 또는 견과류가공품 79건, 전통 장류 70건, 과자 20건 등 가공식품 169건 가운데 2건(1.2%)에서 아플라톡신이 검출됐다. 검출 제품은 된장 1건과 땅콩 또는 견과류가공품 1건으로, 모두 국내 기준 이내였다.

 

물론 시중 견과류 전체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유통 제품은 기준에 따라 관리된다. 문제는 집에 가져온 뒤다. 개봉한 채 오래 두거나 밀폐가 느슨한 상태로 보관하면 품질은 달라질 수 있다.

 

큰 통에 담아 몇 달씩 먹는 습관도 조심해야 한다. 냉장고에 넣어뒀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기는 어렵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온도 차가 생기고, 용기 틈으로 습기와 냄새가 스며들 수 있다.

 

◆냉장고도 산패를 늦출 뿐이다

 

견과류는 공기, 열, 습기에 약하다. 개봉한 뒤 오래 두면 고소한 향은 줄고 묵은 기름 냄새가 난다. 흔히 말하는 ‘쩐내’다.

 

이 냄새는 주로 산패 신호로 봐야 한다. 산패와 곰팡이독소는 같은 말이 아니다. 산패는 견과류 속 지방 성분이 산소와 만나 변하는 과정이다. 아플라톡신은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독소다.

 

쩐내가 나는 견과류는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 쓴맛이 강해졌거나 표면이 끈적거리거나 눅눅해졌다면 이미 먹기 좋은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다.

 

냉장 보관이라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밀폐가 제대로 안 된 용기면 습기와 다른 음식 냄새가 그대로 들어간다. 견과류가 눅눅해졌다면 보관 상태가 별로였다는 뜻이다.

 

눈으로도 확인해야 한다. 표면 색이 어두워졌거나 흰색·푸른색 흔적이 보이거나 알갱이가 심하게 쪼그라들었다면 먹지 않는 쪽이 낫다. 한두 알만 이상해 보여도 같은 통에 오래 담겨 있었다면 통째로 버리는 편이 안전하다.

 

◆곰팡이독소 ‘아플라톡신’, 볶아도 안심 못한다

 

아플라톡신은 주로 아스페르길루스(누룩곰팡이) 계열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자연독소다. 땅콩, 피스타치오,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뿐 아니라 곡류, 콩류, 향신료, 일부 발효식품 원료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플라톡신을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간암 발생과 관련이 깊은 물질로 알려져 있다.

 

만성 B형간염 감염자나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미 간에 부담 요인이 있는 상태라면 변질된 식품을 굳이 먹는 선택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까다로운 점은 열에 강하다는 것이다. 아플라톡신은 일반적인 조리 과정의 가열 처리로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프라이팬에 다시 볶거나 끓는 물에 데친다고 안전해지는 구조가 아니다. 오래된 냄새가 나거나 곰팡이 흔적이 보이는 견과류를 “한번 볶아서 먹자”고 넘기면 안 되는 이유다.

 

◆곰팡이 부분만 떼어내도 안전하지 않다

 

견과류 표면에 곰팡이가 조금 보일 때 그 부분만 골라내고 먹는 경우가 있다. 피해야 할 행동이다. 눈에 보이는 곰팡이는 일부일 수 있다. 포자나 독소가 주변으로 퍼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알갱이도 같은 용기에 오래 담겨 있었다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씻어내는 것도 답이 아니다. 겉면의 일부 오염은 줄일 수 있어도 곰팡이독소 자체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색이 변했거나 냄새가 달라졌거나 식감이 눅눅해졌다면 먹기보다 버리는 쪽이 낫다.

 

견과류가 위험한 식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잘 보관하면 식단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문제는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기억 때문에 변질 신호를 보고도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다.

 

냉장고 한쪽에 오래 남아 있던 견과류는 자주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한 줌 집기 전, 냄새와 색부터 확인해야 한다.

 

◆대용량보다 ‘소분 밀폐’가 먼저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오래 두지 않는 것이다. 견과류는 대용량으로 사두기보다 짧은 기간 안에 먹을 만큼만 사는 편이 낫다.

 

개봉한 뒤에는 1회 섭취량 단위로 나눠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담는 게 좋다. 공기를 최대한 빼고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면 산패와 습기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아몬드·호두·피스타치오 등 견과류는 개봉 후 공기와 습기에 약해진다. 오래 두고 먹기보다 1회분씩 나눠 밀폐한 뒤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는 편이 안전하다. 게티이미지
아몬드·호두·피스타치오 등 견과류는 개봉 후 공기와 습기에 약해진다. 오래 두고 먹기보다 1회분씩 나눠 밀폐한 뒤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는 편이 안전하다. 게티이미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견과류를 냉장 10℃ 이하 또는 냉동 -18℃ 이하에서 보관하고, 개봉 후에는 반드시 밀폐하라고 안내한다.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변색된 제품은 구입하지 말고, 제조일과 소비기한도 확인해야 한다.

 

냉동 보관한 견과류도 꺼낸 뒤 오래 실온에 두지 않는 게 좋다. 먹을 만큼만 덜고, 남은 제품은 다시 밀폐해 온도 변화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만큼 공기와 열, 빛에 오래 노출되면 산패가 빠르게 진행된다”며 “특유의 쓴맛이나 묵은 기름 냄새가 느껴진다면 다시 볶아서 먹기보다 과감히 버리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