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1억4000만원 올랐네요.”
28일 오후 동탄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젊은 맞벌이 부부가 전용 84㎡ 매물 가격을 묻고, 대출 가능액과 성과급 지급 시점을 함께 따졌다. 중개업소 테이블 위에는 단지 이름과 예상 자금 계획이 적힌 메모가 놓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5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7% 올랐다. 수도권은 0.17%, 서울은 0.31% 상승했다.
반도체 사업장 접근성이 좋은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의 상승 폭은 이보다 컸다. 용인 수지구는 0.38%, 수원 영통구는 0.35%, 화성 동탄구는 0.46% 올랐다.
숫자만 놓고 보면 수도권 안에서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더 빠르게 오른 지역이 경기 남부 반도체 생활권에서 나오고 있다. 직장, 교통, 학군, 전세 불안, 성과급 기대감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매수 문의가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흐름이다.
불을 붙인 건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타결이다. 삼성전자 무주택 직원은 주택구입자금 최대 5억원, 전세자금 최대 3억원을 연 1.5% 금리로 빌릴 수 있게 됐다. 상환 기간은 10년이다.
시중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하면 금리 부담이 크게 낮다. 일반 은행권 대출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부담이 작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성과급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2030 직원들의 매수 가능 가격대가 달라졌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동탄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10억원 초중반대 매물을 보던 젊은 직장인들이 최근에는 15억~16억원대까지 문의한다”며 “회사 대출과 성과급을 자금 계획에 넣고 계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동탄역 인근 중개업소에는 최근 1998년생 삼성전자 직원 남편과 1999년생 SK하이닉스 직원 아내가 시세 16억원 안팎의 전용 84㎡ 아파트 매수를 문의했다. 자기자본 3억~4억원에 가족 지원금, 회사 주택대출을 더하고 부족한 금액은 내년 초 성과급으로 메우겠다는 계산이었다.
◆실거래가에 찍힌 ‘동탄 20억원’
매수세는 실거래가에도 반영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화성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 7일 2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19억4000만원 거래 이후 다시 신고가를 쓴 것이다. 30일 안팎의 기간에 1억4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같은 단지 전용 102㎡도 지난 9일 22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동탄역과 가까운 대장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기준선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거래량도 늘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탄신도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28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76건과 비교하면 112% 증가했다. 호가만 오른 게 아니라 실제 계약도 따라붙었다는 의미다.
동탄은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당시 규제지역에서 빠졌다. 실거주 의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를 끼고 사는 방식도 가능하다. 여기에 2028년 GTX-A 삼성역 개통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사내대출은 ‘기회’…집값은 다르게 움직인다
지금의 흐름을 삼성전자 사내대출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동탄과 수지, 영통은 이미 반도체 직주근접 수요와 교통 호재, 학군 수요가 겹친 지역이다. 전세가격 불안과 수도권 핵심지 선호 현상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사내대출은 분명 매수자에게 강력한 자금 수단이 된다. 하지만 집값은 대출 조건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 입주 물량, 전세가율, 규제 가능성, 매물 감소가 한꺼번에 영향을 준다. 가격이 단기간에 뛴 단지일수록 추격 매수 부담도 커진다.
20억원 안팎의 아파트는 금리가 낮아도 원리금 부담이 작지 않다. 회사 대출로 초기 진입 문턱을 낮출 수는 있지만, 남은 잔금과 관리비, 보유세, 향후 금리 변화까지 감안하면 실제 주거비는 크게 달라진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직장 수요가 동탄과 수지 일대 가격을 밀어 올린 것은 맞지만, 최근 신고가 단지는 기대감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며 “성과급과 사내대출만 보고 서두르기보다 실제 상환액과 거주 계획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