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오랜 기간 지체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에 나서며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입찰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참여했다. 두 회사가 경쟁입찰을 거친 뒤, 승자가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게 된다. 다만, 이번 입찰을 두고 사업을 주도하는 방사청과, HD현대중공업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포착된다. 방사청이 HD현대에 부과한 보안 벌점을 두고 HD현대 측이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오는 29일 KDDX 2차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입찰 참여를 공식화한 상태다. KDDX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사청은 제안서 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6∼7월에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사업이 많이 지체된 만큼, 최대한 서둘러 사업자를 선정해 KDDX 적기 전력화에 나서겠다는 것이 방사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방사청의 의지와 달리,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HD현대중공업이 추가로 적용된 보안감점 1.2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다. 소수점 단위로도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방산 수주산업 특성상, 보안감점은 치명적이다.
◆HD현대중공업 “보안 감점 추가는 부당”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 2013년 KDDX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8명은 지난 2022년 11월에,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에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보안 벌점 1.2점을 받았다. 당초 방사청은 이 두 사건을 동일한 사건으로 보고 HD현대중공업의 보안 감점 적용 기간을 2022년 기준으로 3년간인 2025년 11월로 정했다. 하지만 방사청이 내부 법률 검토를 다시 진행한 결과 기밀의 종류나 형태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 두 사건을 분리하기로 하면서 HD현대중공업의 감점 기간이 1년 연장됐다. 방사청은 ‘두 개의 사안은 별건이므로, 각각 벌점을 부여한 것’이라는 입장이고, HD현대중공업은 ‘기존 벌점을 연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HD현대중공업 측은 “KDDX 사업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27일 법원에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며 “이는 최근 입찰에 참여한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제안서에 대한 방사청의 평가 결과를 통해 보안감점 적용이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연장됐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 적기전력화 필요... 이전 방사청과 현 방사청은 달라
반면, 방사청과 군은 HD현대의 가처분 신청이 사업 지연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한다. 적기 전력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가처분이 무기 도입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우려다. 해군 관계자는 “대한민국 해군력의 핵심인 기동함대 완성을 위해서는 2036년까지 KDDX 6척을 해군에 인도해야 하지만,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 상태”라며 “KDDX 적기전력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사업의 신속한 추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점수 차이가 1.2점 차이 이상이 나면 문제가 없겠지만, 근소한 차이로 결정이 나면, 가처분 결과 등 고려해야 할 게 많아 사업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을 끌어온 방사청의 실책이 전력화를 가로막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선을 긋는다. 과거 정부와 현 정부 체제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KDDX 사업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방사청의 사업관리를 문제삼지만, 이 부분은 명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 정부의 방사청과 현 방사청은 KDDX에 대한 스탠스가 명확히 다르다”며 “지난해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을 흘려보내며 사업관리 부실 지적을 받았던 건 전 정권의 방사청”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지명 경쟁입찰 결정 이후 이용철 청장의 방사청은 KDDX 적기전력화를 위해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한 타임테이블을 토대로 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팩트”라고 덧붙였다.
한편, KDDX 사업은 배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 사업비는 7조8000억원 수준이다. 사업은 총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순으로 이뤄진다. 현재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