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중간에서 어중간하게 끊기는 7부 길이의 ‘카프리 팬츠’가 올여름 패션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롱팬츠의 단정함과 쇼츠의 시원함 사이에 위치한 독특한 길이감이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면서 MZ세대 여성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속 한유주 역의 배우 채정안 스타일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슬림한 카프리 팬츠에 플랫 슈즈, 블라우스를 매치한 스타일이 이른바 ‘전여친룩’으로 불리며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셀럽들의 SNS 속에서도 카프리 팬츠가 자주 등장한다. 제니는 지난 5일 카프리팬츠에 루즈한 니트, 트렌치코트로 귀여우면서 사랑스러운 미니멀룩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패션업계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와이드 팬츠 중심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체형을 가리는 오버사이즈 실루엣 대신 종아리 라인을 드러내며 몸의 선을 자연스럽게 살리는 스타일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패션계에서도 카프리 팬츠 열풍이 감지된다. 팝스타 두아 리파와 모델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 등 유명 셀럽들이 카프리 팬츠 스타일링을 잇따라 선보이며 유행을 이끌고 있다. 패션계에서는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 ‘사브리나’ 등에서 보여준 슬림한 크롭 팬츠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 4월 카프리 팬츠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7배 증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SF샵에서도 올해 1~4월 카프리 팬츠 검색량이 전년 대비 85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프리 팬츠는 1950년대 이탈리아 휴양지인 카프리 섬에서 유래한 패션 아이템이다. 발목이 드러나는 짧은 팬츠와 플랫 슈즈를 매치한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과도한 노출 없이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노출보다 실루엣을 강조하는 패션 트렌드와 맞물리며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플랫 슈즈와 키튼힐, 오버사이즈 셔츠 등과 매치해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고, 데님과 면 소재뿐 아니라 울, 저지 소재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출근룩으로도 활용도가 높아졌다. 여기에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치솟는 이른 무더위 역시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패션업계도 관련 제품 확대에 나섰다.
패션&라이프스타일 편집샵 29CM에 따르면, 올해 5월 한 달간(5/1~5/28) 카프리 팬츠 관련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269%) 이상 급증했다. 브랜드별 강세도 뚜렷하다. 브랜드 ‘아르토’가 출시한 ‘카프리 슬릿 팬츠’는 올봄 출시 직후 31차 리오더를 기록 중이다. ‘튜드먼트’의 ‘시가렛 카프리 팬츠’ 역시 29CM 누적 좋아요 1.5만 건을 기록하며 7차 리오더를 돌파했다. 두 제품 모두 무릎을 살짝 덮는 7부 기장에 사이드 슬릿 디테일을 더해 활동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잡은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에서도 카프리팬츠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47% 폭증했다. 검색량은 657% 늘었다.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여성 SPA 브랜드 미쏘는 올해 처음 카프리 팬츠 라인업을 선보였다. 발목 위로 떨어지는 정통 카프리 팬츠와 종아리 중간 길이의 롱 카프리 팬츠 등 다양한 스타일을 출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특히 롱 카프리 팬츠는 출근룩 수요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쏘에 따르면 5월 10일부터 17일까지 카프리 팬츠 매출은 전주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SNS에서는 관련 콘텐츠 조회 수가 100만회를 넘어서는 등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카프리 팬츠는 최근 주목받는 ‘윔지코어(Whimsycore)’ 트렌드와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릴과 레이스 디테일이 돋보이는 상의와 매치하면 동화적이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젊은 소비자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카프리 팬츠가 올 시즌 가장 핵심적인 트렌드 아이템으로 부상하며 구매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플랫, 부츠, 로퍼, 스니커즈 등 신는 신발에 따라 실루엣과 무드가 달라질 수 있는 동시에 시원한 착용감을 제공해,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올수록 관련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