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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친서방’ 아르메니아 위협… “우크라처럼 될 수도”

러시아, 아르메니아 주재 자국 대사 소환
“유라시아 경제연합 회원국 협력 훼손해”
EU 가입 희망하는 아르메니아에 ‘어깃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르메니아의 친(親)서방 행보에 거듭 경고장을 날리고 나섰다. 심지어 러시아의 군사적 공격 아래에 놓인 우크라이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옛 소련을 구성했던 15개 소비에트 공화국 중 하나였던 아르메니아는 1991년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의 결과로 독립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EAEU 포럼에 참석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EAEU 회원국이면서도 포럼에 불참한 아르메니아를 향해 ‘우크라이나처럼 되고 싶으냐’는 취지의 위협을 가했다. 스푸트니크연합뉴스
지난 29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EAEU 포럼에 참석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EAEU 회원국이면서도 포럼에 불참한 아르메니아를 향해 ‘우크라이나처럼 되고 싶으냐’는 취지의 위협을 가했다. 스푸트니크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아르메니아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를 모스크바로 소환했다. 대사 소환은 주재국에 불만을 표시하는 가장 강력한 외교적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교부는 “아르메니아 정부가 유럽연합(EU)에 접근하며 기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내부의 협력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EAEU는 옛 소련권 국가들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설립된 국제기구로 러시아가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EAEU 회원국이지만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28, 29일 이틀 일정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EAEU 포럼에 불참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오는 6월7일로 예정된 총선거 일정 때문”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파시냔 총리는 2023년부터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외교 정책을 펼쳐왔다. 2025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 아래 백악관에서 이웃 나라이자 분쟁 상대방이었던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 협정에 서명했다. 당시 파시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며 미국의 마음을 붙들려고 애썼다.

 

지난 26일 아르메니아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이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교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 방문을 계기로 미국·아르메니아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임을 선언했다. 이 같은 아르메니아의 친서방 행보에 러시아는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6일 아르메니아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이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교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 방문을 계기로 미국·아르메니아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임을 선언했다. 이 같은 아르메니아의 친서방 행보에 러시아는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근 아르메니아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아르메니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참여를 중단한 아르메니아는 급기야 EU 가입 의사까지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EAEU 포럼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기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르메니아를 상대로 위협적 언사를 퍼부었다. 그는 “아르메니아가 EAEU에서 탈퇴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싼 가격에 공급받지 못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시작한 방식과 똑같다”고 경고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 4년 넘게 전쟁을 치르며 고통을 겪는 우크라이나의 처지를 들어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않으려면 판단을 잘하라’는 취지의 협박을 한 셈이다. 러시아 외교부도 “아르메니아의 EU 가입 절차가 계속되는 경우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 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아르메니아는 과거 튀르키예가 오스만 제국으로 중동 일대에서 위세를 떨치던 시절 그 지배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며 독립국이 될 뻔했으나 오스만의 후신인 튀르키예는 아르메니아를 침공하는 등 영토적 집착을 거두지 않았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의 무관심 속에 1920년에는 신생 공산주의 국가 소련이 군대를 앞세워 아르메니아로 진출했다. 결국 그해 소련 연방에 편입된 아르메니아는 소련이 해체된 1991년에야 독립국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