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케네디센터’가 본래 이름을 되찾게 됐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대표적 문화 공연장인 이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름을 빼야 한다는 미국 법원의 결정이 나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센터 운영 관련 권한을 의회에 이관하겠다고 맞섰다.
크리스토퍼 쿠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9일(현지시간) 의회의 승인 없이 케네디센터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고 AP,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쿠퍼 판사는 “의회가 케네디센터에 이름을 부여했으며 의회만이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쿠퍼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에 14일 이내에 센터 외벽 등에 추가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철거하고 공식 자료에서 ‘트럼프-케네디센터’라는 언급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쿠퍼 판사는 오는 7월부터 2년간 센터를 폐쇄하고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전면 개보수 공사도 일시 중단시켰다. 그는 케네디센터 이사회가 센터 폐쇄시 각종 문화 공연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센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센터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기 행정부 출범 뒤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에 나서면서 그 일환으로 케네디센터 기존 이사진을 물갈이하고 자신이 이사장을 맡았다. 또 센터 전면 개보수를 위해 오는 7월부터 2년간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쿠퍼 판사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라고 지적하면서 “안타깝게도 쿠퍼 판사와 급진 좌파는 차라리 센터가 망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센터를 물리적·재정적·예술적으로 재건할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더 이상 관여할 의향이 없다면서 운영 권한을 의회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관을 완전하고 완벽하게 이관하고 운영, 유지·보수, 관리 책임을 의회에 넘기도록 의회와 필요한 모든 협의를 진행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케네디센터는 1963년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연방 의회가 추모의 뜻을 담아 법안을 통과시키고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설립됐다. 개명 전까지 정식 명칭은 ‘존 F. 케네디 공연예술 센터’였다. 케네디센터 명칭이 변경되면서 의회 승인 없이 이뤄진 명칭 변경은 불법이라며 민주당 의원이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하기로 했던 공연을 취소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문화계의 반발은 케네디센터의 운영 기반을 흔드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회 장악 뒤 센터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넣자, 뮤지컬 ‘해밀턴’ 제작진과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등이 공연을 취소하거나 불참을 선언했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은 1926년에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 무용단이다. 뮤지컬 ‘위키드’의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도 케네디센터가 “초당적 문화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잃었다”고 꼬집으며 공연을 취소했다. 1971년부터 케네디센터와 관계를 맺어온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마저도 새 운영 방침이 오페라 제작의 재정 모델과 맞지 않는다며 센터를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