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올해 국내주식 투자비중 목표치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매물 폭탄’ 우려를 잠재웠다. 시장에서는 당장 주가 하방 위험이 줄어든 데다 환율 안정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원화 약세 원인으로 지목됐던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다소 줄 가능성이 있어서다. 반면 주가가 급등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국내 비중을 섣부르게 늘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 28일 ‘2026년 자산별 목표비중 조정안’과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금위는 6월 말부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적용한다. 아울러 전략적자산배분(SAA)·전술적자산배분(TAA)에 따라 ‘5%포인트+α’까지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추가해 최대 ‘25.8%+α’까지 투자규모를 확대한다.
기존 국민연금의 투자비중은 △국내주식 14.9% △해외주식 37.2% △국내 채권 24.9% △해외 채권 8% △대체투자 15%다.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주식 비중(21.2%)이 해외주식 비중(17.4%)보다 높았지만 2018년부터 수치가 역전되면서 현재 해외주식 투자비중은 37%에 달한다. 이번 조정으로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 채권 23.1% △해외 채권 7.4% △대체투자 14%로 자산별 투자규모가 바뀐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기존 목표 비중대로이면 최대 170조원대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우려가 있었는데, 당분간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사태를 피하게 됐다고 해석한다. 최근 국내주식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지난 2월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투자 비중은 21%를 기록했다. 기존 목표비중에 따르면 최대 19.9%(SAA·TAA에 따른 5%포인트 추가 확대분 포함)까지만 투자가 가능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목표비중을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대규모 매도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줘 결국 국민연금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주식 비중이 감소하면서 환율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오다가 이번에는 기존 목표치보다 덜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상방 압력 축소로 봐야 한다”며 “최근 급격하게 확대했던 원화 약세에 대한 심리가 안정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의 이번 비중 확대가 글로벌 기준에 비춰 이례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 공적연금(GPIF)도 2014년 아베노믹스 당시 자국 증시 부양을 위해 국내주식 투자비중을 기존 12%에서 25%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고스란히 일본 증시 부양과 연기금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2월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GPIF의 지난해 4분기 운용성과를 보도하면서 “일본 주식시장 호조가 GPIF 수익률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현재 GPIF는 국내주식에 25%까지 투자가 가능하며 최대 6%포인트까지 늘릴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산 보장에 최우선을 두고 이번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코스피 매도·매수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수차례 발동하는 등 변동폭이 큰데 국내주식 비중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스피 변동성이 높고 과열됐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30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버블이라는 것은 이런 혁신의 노력을 하지 않을 때 나오는 우려”라며 과열 논란을 일축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과열이 아니라는 평가에도 지난 5월 한 달간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44조7150억원 규모를 팔아치우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