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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분배 논란 확산에… ‘국내기업 투자 보호’ 전방위 위기감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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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영업익 배분 교섭대상 아냐”

전문가들 “배분 결정주체는 주주”
김정관 “생산적 재투자에 쓸 시기”
김영훈 “원청에만 이익 배분 문제”
정부 주도 논의 놓고 부처간 엇박자

일각 “사회적 재분배 필요성 있다”
“투자자 고려 국제기준 검토” 지적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대해 특별권고를 내놓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초과이익의 재투자’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글로벌 시장 주도권과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전방위적 위기감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제도화’ 요구나 사회적 분배 논란을 차단하고, 기업의 초과 이윤을 미래 기술 선점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써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총은 31일 회원사에 전달한 경영계 특별권고를 통해 노조의 영업이익 직접 배분 요구가 고유한 경영 판단이자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명확히 했다. 최근 주요 대기업 노조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에 연동한 거액 성과급에 자극받은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압박으로 사실상 ‘영업이익 연동형’ 보상 체계를 이끌어낸 후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익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고용·산업장관 설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사진)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기업의 초과이익 분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 페이스북에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김영훈 장관과 다른 온도차를 드러냈다. 연합뉴스·뉴시스
고용·산업장관 설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사진)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기업의 초과이익 분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 페이스북에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김영훈 장관과 다른 온도차를 드러냈다. 연합뉴스·뉴시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도 회사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자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 노조는 “삼성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판을 바꿨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조도 고난도 노동과 실적 개선에 걸맞은 보상을 촉구하고, 카카오 등 IT·플랫폼 업계에서도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경총은 기업 이익의 배분 기준을 제도화하는 것은 기업의 고유한 경영 판단에 해당해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조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에 한정되는데, 이익 배분은 임금도 복지도 아니라는 논리다. 경총은 노조의 이익 배분 요구가 처음 제기된 시점부터 단체교섭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회원사들에 주문했다. 아울러 자본시장 원칙과 글로벌 스탠더드 측면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기업의 이익에는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의 자본 기여분이 포함된 만큼 노조가 영업이익 등을 선제적으로 배분하도록 요구하는 건 주주 권리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도 이익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에게 배분하기로 사전 약정하는 제도를 두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과급 제도 운영 원칙도 제시했다. 성과급은 단기 실적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 투자계획, 기업 유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되, 근로자 생산성 향상과 기업 성과 창출을 유인하는 보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 현금 위주 보상보다는 조건부 주식보상 등 회사와 근로자 이익을 중장기적으로 일치시키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 이익의 활용 방안은 노조와의 교섭이 아닌 경영 판단에 따라 결정·운영돼야 한다”며 “이번 권고를 토대로 회원사들이 원칙에 입각해 대응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삼성전자 초과이익에 대해 노조 성과금 배분보다 ‘생산적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반도체 산업의 이윤은 노조가 결정해 배분할 몫이 아니라, 주주가 결정해 미래를 위한 재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삼성전자 등 상장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노동자가 아닌 주주에 있다고 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초과이익은 기본적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주총에서 의결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상법에 따라 주총에서 결정하면 되고, 주주의 이익에 따라 재투자가 필요하면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시장 원리”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초과이익 배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 것과 관련해 정부 지원과 공공 인프라의 혜택을 본 특정 기업의 엄청난 이익을 해당 기업 임직원들의 주머니에만 몰아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적지 않아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초과이익을 오로지 정규직 원청 직원만 배타적으로 가져가야 하는가’의 문제”라며 사회적 배분론을 지핀 이유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성과급을 받는 당사자들도 사실 노동 의욕이 과연 유지될지 고민스러울 정도의 금액”이라며 “기업 내부에 쌓이는 것, 또는 임원이나 대주주가 다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어서 사회적 재분배의 필요성 있다”고 했다. 그는 하청 노동자와 함께 배분될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 발전에) 전력망 등 많은 자원이 한곳에 쏠린 셈으로, 사회적 재투자 관심에서 하청 업체 및 노동자와 함께 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초과이익 배분 논의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기본소득을 의도한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과이익 논의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급한 국민 배당금이나 기본소득 문제를 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어떤 차원인지 문제 제기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부와 산업부 간 엇박자로 논쟁을 일으킬 게 아니라 혼란을 정리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도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영자와 노조가 이 이슈로 각자 주장이 갈릴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자본 자유화 시대의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은 결정을 내리면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해외 선진국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살피며 가이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