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과 발을 맞춰 전북을 발전시키려면 당연히 여당 후보인 이원택 후보를 찍어야 합니다.”(전주시 주민 37세 나모씨)
“항상 전라남도 먼저, 전라북도는 뒷전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전남이었으면 (도지사 후보로) 당대표가 자기 사람을 내세웠겠습니까.”(군산시 주민 63세 이모씨)
역대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돼 온 전북지사 선거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는 전례 없는 혼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대리비 지급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후보와 민주당 이원택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으면서다. 여론조사상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세계일보가 찾은 전북 민심도 민주당 후보를 통한 당·정 협력론과 김 후보 제명에 대한 반발론으로 뚜렷하게 갈라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 의뢰로 지난 23~24일 전북 거주 만 18세 이상 1015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실시한 전북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와 김 후보는 각각 40.0%, 44.1%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북 인구(172만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도시 전주(62만5437명)에서도 갈라진 표심은 그대로 드러났다. 덕진구 우아1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농민 김모(67)씨는 “전북이 지금 너무나도 낙후돼 있다”며 “김 후보가 싫은 건 아니지만, 정부 지원이라도 잘 받으려면 이 후보가 도지사가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씨도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로서 지금 우리나라 전체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여당과 발을 맞춰 전북을 발전시키려면 당연히 여당 후보인 이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인후동 주민 김형식(70)씨는 “내 주변 사람들은 무소속이어도 김 후보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며 “과거 도지사들에 비해 도정을 충분히 잘했고, 한 번 더 하면 더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씨도 “저희 세대는 무조건 당만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는 두 후보의 청년 공약을 봤을 때 김 후보의 것이 더 현실적이고 좋다고 판단해 마음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모(55)씨는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현금 살포 의혹에 내란 동조 의혹까지 있었던 김 후보가 당에 반기를 들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당에서 그렇게 판단했으면, 아직 나이가 젊으니 우선 다 내려놓고 다음 기회를 노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38)씨는 “김 후보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이 후보도 식사비 대납 의혹이 있는데 당에서 두 사안을 공정하게 처리한 건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이 전북을 위해 해준 게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이 전북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흐름은 김 후보 지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곳으로 평가되는 군산, 이 후보 모교(남성고)가 있는 익산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대체로 민주당 후보를 뽑아야 정부·여당과 보조를 맞춰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산 수송동에서 사전투표소로 향하던 부부 박모(54)씨와 우모(49)씨는 당·정·청 ‘원팀’을 강조하며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우씨는 “이 대통령이 정말 잘할 수 있으려면 전북이야말로 필요한 일꾼을 찍어야지, 중간인 도지사에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 후보가 민주당에서 제명된 이유인 대리비 지급 논란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대리비 지급으로 제명됐는데도 승복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김 후보는 민주당의 제명 절차를 문제 삼는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부터 말해야지, 그러면 돈 준 사람을 민주당이 그대로 공천하면 그땐 가만히 있을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김 후보의 대리비 지급 논란도 묵과했으면 안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북 경제 발전을 위한 남은 과제로는 새만금 개발이 꼽힌다. 2023년 윤석열정부 당시 새만금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이 후보는 이에 반발하며 삭발했었다. 박씨는 “군산에서 산 지 12년 정도 됐는데 그때 이 후보가 새만금과 군산을 신경 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도정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의 신속한 제명 결정에 대한 반발 정서가 적지 않았다. 군산 수송동에서 만난 사전투표를 마쳤다는 민주당원인 이씨는 “전북 민주당 권리당원이 19만명 정도 되는데 이 중 절반은 김 후보를 찍을 생각이고, 이 사람들은 비례대표에 조국혁신당을 찍을 확률이 높다”며 “나도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다. “시장과 국회의원은 민주당을 당연히 찍는다”는 이씨는 김 후보를 즉각 제명한 데에 “소명이라도 들어봐야 했다”며 “전북을 무시했단 생각”이라고 전했다.
익산에서 김 후보 유세를 지켜보던 모현동 거주자 최모(48)씨도 “우리는 민주당을 사랑한다”면서 “아주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에 실망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김 후보를) 너무 빨리 제명해서 불공평하고, 전북도당이 붙인 현수막에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란 실망감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전주, 군산 등에서는 김 후보 선거 현수막 아래 민주당 전북도당이 ‘현금 살포! 투표로 심판합시다’라는 현수막까지 붙이며 양측 선거운동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최씨는 “지사는 무소속이어도 인물 보고 뽑고, 비례대표도 혁신당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 한 이들도 있었다. 익산 북부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상인 박모(56)씨는 “전북 개발에 남은 게 새만금뿐인데 당이 같아야 속도가 날 것 같다”며 “그래도 제명은 성급했던 것 같고, 유세 분위기는 김관영이 더 좋아서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전주 완산구 풍남문광장에서 벌인 집중 유세에서 “전북의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이 대통령도 밀어주지 않겠나”라며 “재생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우리 전북의 산업 구조를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구조로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는 한병도 원내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 박지원·박주민 의원 등이 참석해 이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김 후보는 익산 길거리 연설에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직격하며 전북이 꾸준히 민주당을 지지해온 데에 “회초리를 들어서 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민주당을 만들자”고 ‘회초리론’를 내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