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북부 발트해에 면한 소도시 헬(Hel)은 해변 휴양지로 유명하다. 영어로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철자는 달라도 발음이 같다. 폴란드에서 수도 바르샤바 다음으로 큰 제2의 도시 크라쿠프와 헬을 잇는 666번 고속버스가 부활한다고 해서 눈길을 끈다.
1일 BBC 방송에 따르면 과거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 여행으로 불린 버스 노선이 3년 만에 재개된다. 해당 버스는 666번이란 고유 번호를 갖고 있었는데, 보수 가톨릭 교회의 거센 반발 탓에 지난 2023년 669번으로 변경됐다. 가뜩이나 기독교 문화권에서 ‘악마의 숫자’로 통하는 666을 헬(지옥)과 붙여 놓으니 마치 악마를 찬양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해당 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 측은 666번을 부활시키려는 이유에 대해 “휴가철에 헬까지 가는 교통편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성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666이란 숫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쿠프에서 이 버스를 타면 바르샤바 등을 거쳐 약 13시간 만에 헬에 도착한다.
폴란드는 유럽의 대표적 가톨릭 국가로 오랫동안 교회가 정치·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당장 666번 버스 부활 소식에 보수 성향의 종교 단체는 “사타니즘(satanism·악마 숭배)을 퍼뜨리려는 것”이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지도상에서 헬은 얼핏 섬처럼 보인다. 길이가 35㎞에 달하는 가느다란 헬 반도를 통해 폴란드 북부 영토와 연결돼 있다. 일찌감치 휴양지로 개발되었으며 폴란드는 물론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해변 산책과 바다 감상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윈드서핑, 카이트서핑 등 바람을 이용한 해양 스포츠도 활발하다.
헬 인근에는 폴란드 최대 항구 도시이자 조선 산업으로 유명한 그단스크가 있다. 그단스크 조선소는 공산주의 시절인 1970∼1980년대 레흐 바웬사(82)가 주도한 자유 노조 운동이 태동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는 폴란드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으며 바웬사는 198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 이어 폴란드 대통령을 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