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2일부터 서울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력 확대 문제를 다룰 첫 실무협의에 착수한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담긴 안보 분야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협의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측 대표단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을 대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에너지부, 국방부(전쟁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범정부 대표단 형태로 이날 방한했다. 이들은 2∼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 대표단과 발족회의를 포함한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기후에너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기관 인사들로 구성된 범정부 대표단이 참석한다. 2일 오전 10시 시작되는 발족회의는 박 차관과 후커 정무차관이 공동 주재하며, 이후 세부 협의는 한·미 국가안보실 주관 아래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협의의 핵심 의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문제다. 정부는 최근 ‘장보고 N 프로젝트’를 공식화하며 2030년대 중반 첫 핵추진잠수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실전 배치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 체제 안에서 핵추진잠수함 협력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123협정은 민간 원자력 협력을 전제로 한 구조”라며 “현 체제만으로 핵추진잠수함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안에서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과 협력이 허용·권장된다는 점을 한국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의에서는 미국의 핵연료 공급 방식과 비확산 통제 체계 구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공급받아 한국형 원자로에 사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연료 교체 주기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의 핵추진잠수함은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의 고농축우라늄 핵연료를 사용한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저농축우라늄 핵연료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기술적 난도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저농축우라늄 기반 잠수함은 고농축우라늄 방식과 달리 주기적 재급유가 필요하므로 재급유 장치 탑재 설계와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 등도 추가로 요구된다.
미국은 핵연료와 핵기술 이전 문제에 엄격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미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핵연료 반출·반입 과정과 사용 절차,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검증 체계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교수는 “핵추진잠수함 협력 과정에서는 기존 123협정을 넘어서는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협정 개정이나 별도의 제도적 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장소 문제도 잠재적 변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한화필리조선소를 핵잠 건조 거점으로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정부는 국내 건조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현행 협정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미국의 사전 동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핵무기 원료로 활용 가능한 플루토늄 추출과 직결되는 만큼 미국 내 비확산 진영의 반발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가 NPT 체제 안에서 평화적 목적으로 원자력을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측을 설득할 수 있는 협상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