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물 부족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매물 6만 건’ 붕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집값 추가 폭등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반강제적으로 매수에 가담하는 현상이 관측된다.
◆ 올 초 대비 매물 4분의 1 증발... 6만 건 깨지면 호가 부르는 게 값
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의 매물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물 가뭄은 올 초와 비교했을 때 체감이 극명하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정부의 다주택자 매도 유도책이 일시적 효과를 내며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 건에 육박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5월 9일 세제 유예 혜택이 끝나자마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빠르게 거둬들였고 불과 몇 달 만에 전체 매물의 25% 쯤이 시장에서 증발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 건대 유지마저 위태로운 상태다.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매물 6만 건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힘겨루기를 가르는 심리적 붕괴선으로 읽힌다. 이 선이 깨지면 시장은 완벽한 매도자 우위로 재편되며 매수자가 달라붙어도 매도인이 계약 당일 계좌를 닫거나 호가를 수천만 원씩 올리는 배짱 호가 장세가 본격화된다. 결국 시장에 쓸 만한 매물이 사라지자 집값 상승기에서 소외될 것을 두려워한 무주택자들이 최고가에도 어쩔 수 없이 집을 사는 강제매매(패닉바잉)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공급 부족 우려를 의식해 빌라와 오피스텔 등 다세대 주택을 집중 공급하는 비아파트 공급 대책을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 중심으로 총 11만 호를 공급해 아파트 쏠림 현상을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설 기준이 700세대까지 확대되고 층수 제한도 기존 5층에서 6층으로 한 층 완화된다.
◆ 아파트 없으면 경기 남부라도... 핀트 어긋난 대책에 풍선효과 폭발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서울 주택 수요의 본질은 역세권 신축 아파트인데 원룸과 투룸 중심의 비아파트 공급으로는 현재의 강제매매 흐름을 잡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공급 불안 심리가 팽배한 상태에서 발표된 비아파트 대책은 오히려 아파트 희소성만 부각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매물이 마르고 규제 엇박자가 지속되자 서울에서 밀려난 매수세는 고스란히 경기 남부 핵심지로 이동했다. 탄탄한 대기업 배후 수요를 갖춘 이른바 삼성·SK하이닉스 라인의 상승세가 서울을 압도하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 누적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3.42%를 기록 중이다.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곳은 용인시 수지구로 올해 누적 상승률이 7.97%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의 4.6배에 달하는 수치다. 뒤를 이어 성남시 분당구가 5.71%, 용인시 기흥구가 5.01%, 수원시 영통구가 4.43%를 기록했다. 2월부터 통계에 편입되어 1월 상승분이 제외된 화성시 동탄 역시 3.97%로 서울 평균을 가볍게 넘어섰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대출규제와 실거주의무로 당장의 구매능력을 제한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전월세 난이 터지면서 구매욕구가 도리어 커졌고 성과급과 주식 상승으로 구매능력까지 커지면서 수도권의 집값 상승 압력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거액의 성과급과 주식가격 상승은 주택구매능력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사라져가던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싹 틔우고 주거환경이 더 좋은 상급지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조정을 받을 경우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유입이 되는 내 집 마련 자금이동이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