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23%·경유 33% 뛰었다…물가 26개월 만에 최고치
전문가 “지금 같은 고유가엔 ‘반만 주유’ 절약은 하루 수십 원에 그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3% 폭등하며 가파른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전국 평균 주유소 판매가가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긴 가운데,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연료를 절반만 채우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는 지금 같은 고유가에 이 같은 ‘반만 주유’ 방식이 하루 수십 원을 아끼는 데 그쳐 오히려 ‘가득 주유’가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 26개월 만의 최고 물가, 끌어올린 건 석유류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한 119.92(2020년=100)로 집계됐다.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올해 1월과 2월 2.0% 수준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전쟁이 발발한 뒤 3월 2.2%, 4월 2.6%로 오름세를 이어왔다.
가장 크게 뛴 것은 단연 석유류다. 석유류 물가는 전년 대비 24.2% 올라 2022년 7월(35.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23.1%, 33.3%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 역시 2.2%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채소류는 4.9% 떨어졌지만 축산물(5.8%)과 수산물(5.0%)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5%,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3.3% 올랐다.
◆ 주유소 리터당 2000원대 굳어져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최근 2주 연속 소폭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2000원대라는 무거운 가격표를 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리터당 0.2원 내린 2011.1원을 기록했다. 경유 평균 판매가 역시 0.2원 떨어진 2005.7원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연료를 절반만 채워 차량 무게를 줄이면 연비가 좋아져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 ‘반만 주유’의 함정…실질 절약액은 하루 50원 안팎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전문가는 “지금 같은 고유가에 실제 절약액은 하루 수십 원 수준에 불과하며 오히려 차량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에코 드라이빙’ 가이드에 따르면 연료를 가득 채우지 않고 절반만 넣을 경우 차종에 따라 약 20에서 30kg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량 무게 10kg당 연비 개선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연비가 10km/L인 차량이라면 절반 주유로 10.3km/L가 되는 셈이다.
리터당 2000원 시대에 이 정도 연비 개선이 가져오는 실질 절약액은 하루 50km 주행을 기준으로 50원 안팎에 불과하다. 차라리 동선 내에 있는 저렴한 셀프 주유소나 알뜰주유소를 이용해 리터당 10에서 100원을 아끼는 편이 무게 절감보다 훨씬 큰 경제적 효과를 낸다.
◆ 주유소 가는 길에 기름 더 쓴다…차량 고장 위험까지
절반 주유는 보이지 않는 비용과 시간을 발생시킨다. 주유 횟수가 2배로 늘어나면 주유소를 오가는 데 쓰이는 연료비와 도심 진출입 시 발생하는 공회전 손실이 추가된다. 무게를 줄여 얻은 푼돈 이득이 쉽게 상쇄되는 것이다.
차량 관리 측면의 리스크는 더 크다. 연료가 지나치게 적은 상태로 주행하면 연료펌프가 과열되거나 고장 날 위험이 급증한다. 연료펌프는 탱크 내 연료를 통해 냉각과 윤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료탱크 내부에 공기층이 넓어지면 온도 차이로 인해 수분이 맺히는 결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연료 라인 부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원인이 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료 잔량을 최소 탱크 전체의 4분의 1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하는 이유다.
◆ 일상 주행이라면 ‘가득 주유’가 정답
결론적으로 무게 절감으로 얻는 미미한 이득보다 잦은 주유에 따른 시간 낭비, 추가 연료 소모, 차량 고장 위험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가득 주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유가 하락이 임박해 미리 가득 채우는 ‘타이밍 주유’가 필요할 때나, 장기 주차 예정인 차량, 적재 중량에 매우 민감한 소형차와 경차 운전자 등 특수한 상황에는 절반 주유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