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이번 폭발 사고는 추진제(연료)를 만드는 작업을 한 뒤 공구에 묻은 흔적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추진제 세척 과정 자체의 폭발 가능성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충격이 가해져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최기일 상지대 교수(군사학)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화약제 혼합기통 세척 과정에서 폭발이 났을 거라는 보도가 많은데 여러 공장을 둘러본 입장에서는 외부적 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세척 과정에서 장치를 고정하는 작업 등이 이뤄질 텐데 이때 외부적 충격이 가해져서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외부 충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과거 한 미군 구축함에서 미사일을 적재해 놓는 장소에 큰 폭발 사고가 발생했는데 원인이 망치 같은 것을 떨어뜨린 것이었다”며 “세척 과정에서 정전기가 폭발의 원인이 됐다기엔 무리가 있는 측면이 있고, 어떤 무거운 물질을 떨어뜨렸다면 폭발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원인에 대해 아직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원 이사도 “추진제가 묻어 있는 장비를 세척할 때 제대로 배합되지 않고 화학물질끼리 뭉쳐 있거나 남아 있다가 세척하는 과정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뭉쳐 있는 부분을 떼내기 위해서 (장비로) 두드려 깨거나 하면서 마찰이 생기거나 정전기가 발생했을 가능성, 또 세척 전 뭉친 부분에서 화학반응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교수(소방안전학)는 “세척이 이뤄진 화학물질이 순수한 추진제였는지 여러 약품이 섞였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공정 과정에서 추진제에 금속분말이 포함됐다면 물과 반응해서 수소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고 현장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아 당시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작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고위험 작업이 이뤄지는 공장의 경우 자동화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교수는 “방위산업의 경우 작업 자체가 까다롭고 고위험 작업이라 단 한 번의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며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피지컬 인공지능(AI)을 도입해 100% 자동화 공장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금속노조는 신속한 진상규명과 경영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에 사고가 난 사업장은 2018·2019년에도 폭발 사고로 총 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곳”이라며 “2018년 사고 당시 고용노동부가 486건의 법 위반사항을 지적했지만 이듬해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이번에도 사업장 전반에 대한 총체적 개선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참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