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동네 공원 배드민턴장을 찾으면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젊은 연인들은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웃고, 부모와 자녀는 라켓을 함께 휘두르며 추억을 만든다. 동호인들은 땀을 흘리며 건강을 다지고 우정을 나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체육이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건강 증진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잇고 지역사회를 하나로 연결하는 힘을 지닌 스포츠다.
최근 안세영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과 국제대회 연이은 우승으로 배드민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제 배드민턴은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와 위상에 비해 서울의 배드민턴 환경은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다.
무엇보다 서울에는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배드민턴 전용 경기장이 없다. 이 때문에 주요 국제대회는 지방 도시에서 열리고 있으며, 서울 시민들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에서 관람할 기회를 쉽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선수 육성 체계다. 서울의 중학교 배드민턴 선수들은 졸업 후 진학할 수 있는 고등학교 팀이 부족해 상당수가 지방으로 진학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꿈을 이어가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서울의 배드민턴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는 협력해 고등학교 배드민턴팀을 확대해야 한다. 선수들이 서울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진학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공공스포츠클럽을 활용한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마포구와 구로구, 중랑구 등에서는 공공스포츠클럽을 통해 초등부와 중등부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이는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연계하는 모범적인 사례다.
공공스포츠클럽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 스포츠클럽으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그 역할을 확대해 고등학생 선수들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선수 육성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우수 인재의 서울 유출을 막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셋째, 서울시 차원의 배드민턴 전용 경기장 건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전용 경기장은 국제대회 유치의 기반이 될 뿐 아니라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함께 성장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배드민턴 발전의 적기다. 안세영 선수의 눈부신 활약으로 국민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배드민턴 동호인 역시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제 서울도 배드민턴의 가치와 위상에 걸맞은 투자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선순환하는 환경을 조성할 때 제2, 제3의 안세영이 서울에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배드민턴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지키고 공동체를 연결하며 미래 인재를 키우는 사회적 자산이다. 서울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배드민턴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제 모두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호림 서울시배드민턴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