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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주민’의 자격으로, 이주민의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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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온 나라가 우리 동네의 살림꾼을 뽑는 선거로 들썩였다. 밤새 이어진 개표의 열기가 가라앉은 오늘 아침, 요란했던 유세 차량이 떠난 거리에는 다시 차분한 일상이 찾아왔다.

거리에 내걸렸던 선거 현수막이 하나둘 내려가는 풍경을 보며, 어제 투표소에서 마주친 낯선 이웃들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2006년 지방선거부터 영주권을 가진 이주민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 왔다. 이 권리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이들에게만 신중하게 부여된다. 현행 제도는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만 18세 이상이라는 엄격한 자격기준을 요구한다.

지방선거는 나라 전체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과 우리 동네의 일상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지역사회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들을 ‘주민’으로 인정하고 정치의 참여자로 보는 주민자치의 원리가 반영되어 있다.

오랜 시간 한국 사회는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다양한 이주민들과 삶의 터전을 공유하면서도, 지역공동체의 주체를 논할 때는 흔히 ‘국적’이라는 틀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이 빈번한 오늘날, 내 이웃의 자격을 단지 국적으로만 묻는 것은 우리 삶의 실제 풍경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최근 투표권 제도를 둘러싸고 영주권자의 실제 거주요건 등 꼼꼼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역설적이게도 거주와 정착이 ‘주민’ 자격의 중요한 기준임을 상기시켜 준다.

주민자치란 문자 뜻 그대로 ‘그곳에 부대끼며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삶의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등굣길 횡단보도의 안전을 어떻게 지킬지,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골목길을 어떻게 정비할지 등 피부에 닿는 일상의 질을 가꾸는 일이다.

이 동네에서 세금을 내고, 아이를 키우며, 같은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공동의 ‘일상’에 주목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본질이다.

새로 켜진 가로등 불빛은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직장인의 퇴근길을 밝히지만,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주민 이웃의 퇴근길도 똑같이 비춘다.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실제 거주민들에게 주어진 한 표는 특별히 허락된 혜택이라기보다, 우리 동네를 함께 가꾸어가는 공동의 참여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제도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여 주민자치의 본뜻을 살리려는 노력은 분명 의미 있는 과정이다. 다만 그 목적이 진정으로 삶을 나누는 모든 이웃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더 단단하게 품어 안기 위한 발걸음이기를 바란다.

동네 살림이 새로운 첫발을 떼는 오늘, 진정한 우리 동네의 내일은 내 곁의 이웃을 우리 모두의 일상을 함께 가꾸어갈 든든한 동반자로 온전히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