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도교육감 선거는 후보 단일화 혼선과 낮은 관심 속에 또다시 고질적인 ‘정보 부족 선거’ 양상을 되풀이했다. 2010년 전면 도입된 직선제가 진영 간 노골적인 대리전과 포퓰리즘 공약 난무로 본연의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잘 모름·응답 거절’이 44%, ‘지지 후보 없음’이 31%로 나타났다. 서울시민 4명 중 3명(75%)은 교육감 선거에 사실상 무관심한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진행된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의 무응답층(20%)과 비교하면 4배에 가까운 수치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실시된 부산시교육감 조사 역시 ‘부동층’이 과반(50%)을 차지했다. 같은 달 25∼26일 실시된 대구 역시 ‘잘 모름·응답 거절’(25%)과 ‘지지 후보가 없다’(27%)가 과반을 기록했다(※서울·부산·대구 만 18세 이상 2413명 대상 무선 100%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14.0∼18.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무효표’ 규모도 매년 불어나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광역단체장 선거의 무효 투표율은 1.56%(35만928표)였던 반면, 시·도교육감 선거는 2.6배가 넘는 4%(90만3249표)에 달했다.
교육계에선 이 같은 정보 비대칭 현상이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구조적 한계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 공천이 없어 투표용지에 기호나 정당 표시 없이 이름만 나열되는 데다, 배치 순서마저 기초의원 선거구별로 달라 유권자들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 보장을 위해 정당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본래 취지도 무색해진 지 오래다. 진보 진영은 파란색, 보수 진영은 붉은색을 상징색으로 활용하며 노골적으로 정치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각 진영의 단일화 추진 과정에서 이러한 경향은 심화했다.
각 후보 캠프는 공약의 차별성이나 전문성보다 진영 내 지지 기반 확보에 주력하며, 거대 양당의 대리전으로 비화하기 일쑤다. 단일화 과정의 잡음이 불복과 법적 분쟁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사례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했다. 실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한만중 후보가 경선 결과에 불복해 독자 출마를 강행한 뒤, 정근식 후보와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상호 고소·고발전을 벌였다.
‘현금 살포형’ 공약 경쟁도 극에 달했다.
최강익 강원도교육감 후보는 ‘매달 사교육비 20만원 보조’ 공약을 내놨고, 송영기 경남도교육감 후보와 이정선 전남광주시교육감 후보는 ‘학생교육기본수당 월 10만원’을 약속했다.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퀴어축제 금지’나, 진보 진영 후보 15명이 공동으로 내건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교육감 권한 밖의 이념성 공약들도 무분별하게 남발됐다.
일각에선 교육감 직선제 대안으로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조를 이뤄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가 다시 거론된다. 정당 공천을 받는 지자체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하면서 지방 행정과 교육 행정 간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행 직선제는 정당이 없다면서도 사실상 정당을 상징하는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위선적 제도”라며 “차라리 거대 정당 내부의 정당한 경선 시스템을 거치는 러닝메이트제가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도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이미 시효를 다한 제도”라며 “오히려 정당 체제 안에서 ‘국민 추천제’를 통해 교육 전문가를 러닝메이트로 선발하는 게 정책적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러닝메이트제 도입 시 교육의 이념화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우려에는 “거대 공당의 검증 시스템을 통해 자격 미달이나 극단적인 성향의 후보가 걸러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러닝메이트제도 민주주의 선거의 퇴보를 불러 뚜렷한 대안이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러닝메이트제는 직접 선거를 간접 선거화하는 것”이라며 “정당이 수행하는 순기능적 역할을 선관위 등 정부 기관이 맡는 방식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온라인 중심의 선거공영제를 도입해 개인의 돈과 조직 동원을 차단하고, 선거 연령을 중학생까지 낮춰 교실 수업 중심의 공약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독립된 교육감 선거법’을 전면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토론회 확대 및 공약 검증을 강화하는 방식이나, 교육부 장관이나 시·도지사에 선출권을 주는 교육감 임명제, 교육위원들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간선제 등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