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이른바 ‘한반도 단검론’ 발언 파장이 작지 않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달 22일 미국 육군 전쟁대학이 주관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하며 “한국은 아시아 중심에 있는 단검(dagger)과 같고, 일본은 남중국해 진출을 막는 방패이자 방어벽”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선을 넘었다”며 반발했고, 한국 내에서도 적절성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3일에는 북한까지 비난에 가세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표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반도를 바라보는 미국의 전략적 시각과 한국이 기대하는 동맹의 모습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드러낸 사건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긴장이 존재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재임기간(2018∼2021년) 중 방위비분담금 협상, 한·미연합훈련, 비무장지대(DMZ) 출입 문제 등을 놓고 한국 정부와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 퇴임 이후이긴 하나 그는 2021년 12월 미국의소리(VOA)방송에 출연해 “한반도 유사시 적용할 새로운 작전계획에 중국 대응방안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중국의 군사 위협이 커졌다고는 하나 한국의 입장은 도외시한 채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앞세운 발언이었다. 그는 “한국군 역량이 뒤처져 있다”며 혹평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요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미동맹을 둘러싼 구구한 억측과 오해를 낳았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에 비유하고, 11월에는 ‘뒤집힌 지도’와 함께 ‘인도·태평양의 숨겨진 전략적 이점’이란 글을 올려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강조했다. 당시에는 주한미군 감축론에 대응하기 위한 설명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단검’ 발언을 계기로 한국을 미국의 대중국 전략 수행을 위한 거점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충실한 군인이었다는 얘기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우리가 처한 작전 환경을 설명하려던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이 해명은 오히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대중국 견제의 관점에서만 평가, 주권국가인 한국의 입장을 도구화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특히 ‘단검론’은 한국민의 오랜 불편함도 소환했다. 19세기 말 일본 육군 고문이었던 프로이센의 군사학자 야코프 메켈이 한반도를 “일본의 심장을 겨눈 단검”으로 규정한 이후, 이 논리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비롯한 일본의 대륙 침략을 정당화하는 지정학적 논거로 활용됐다. 브런슨 사령관 발언은 이러한 역사적 기억과 한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미국의 오만함이나 외교적 실언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를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을 인도·태평양 안보체제의 핵심 군사거점으로 인식하는 반면, 중국은 이를 자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바라본다. 북핵 문제를 넘어 한반도가 미·중전략 경쟁의 주요 무대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한·미동맹 자체를 흔드는 방향으로 흐르기보다 동맹의 현실과 과제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맹은 국가 간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전략적 관계다. 미국은 한국의 주권과 국민 정서를 존중해야 하며, 한국 역시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자국의 전략적 위치를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5일 미 워싱턴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 헌화식에서 “동맹은 관리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관계”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동맹의 지속 가능성은 상호 존중과 신뢰에 달려 있다. 그제부터 한국군의 핵추진잠수함 보유와 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를 둘러싼 한·미 간 협의가 시작됐다. 상호 존중과 정치적 수위 조절을 통한 동맹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