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치러진 6·3 지방선거 본투표에서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등의 투표소 10여곳에서 유권자 수백명이 용지 도착까지 장시간 대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투표를 마치는 오후 6시 이전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모두 마감 후에도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지만, 중간에 돌아간 유권자도 있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유권자가 예상보다 많다 보니까 투표용지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부족 사태가 주로 빚어진 송파구에선 전체 유권자의 50%만 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됐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럴 거면 선거를 앞두고 투표 독려는 왜 했는가. 이번 지방선거 전국 투표율은 61.0%로 잠정 집계돼 역대 두 번째로 뜨거웠다. 유권자의 투표 참여 열기에 선관위가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송언석 원내대표는 “중대한 투표권·참정권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 개표를 즉시 중단하고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선관위에 요구했다. 용지 부족으로 투표 마감 시간은 연장됐지만,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는 어제 오후 6시 공개됐다. 야당은 이 결과가 연장 투표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주장도 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개혁신당도 ‘개표 중단’에 한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극우 유튜버들은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선관위가 이 모든 혼란에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개표 종료 즉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선관위는 ‘소쿠리 사전투표’, 투표용지 외부 반출 등으로 수차례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해체에 버금가는 정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