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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경제 대국 독일, 안보리 이사국 선거 ‘충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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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오스트리아에 져 7번째 진출 좌절
외교장관 “정말 실망스럽고 씁쓸하다” 토로

월드컵에서 4차례나 우승한 축구 강국 독일 대표팀은 흔히 ‘전차 군단’으로 불린다. 그래서 독일이 한 수 아래라고 평가되는 나라에게 지면 ‘녹슨 전차 군단이 무너져 내렸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런데 전차 군단의 참패와 같은 일이 외교가에서 벌어졌다. 세계 3위 경제 대국 독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뽑는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위한 회의가 열린 가운데 독일 대표인 요한 바데풀 외교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AFP연합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위한 회의가 열린 가운데 독일 대표인 요한 바데풀 외교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AFP연합

3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선 오는 2027년 1월1일부터 활동할 2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위한 투표가 실시됐다. 이는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덴마크, 그리스, 파키스탄, 파나마, 소말리아를 대신할 5개국이다. 투표 결과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키르기스스탄, 트리니다드 토바고, 짐바브웨가 새롭게 안보리에 합류하게 됐다.

 

유럽 등 서방 국가들 몫으로 배정된 두 자리를 놓고 독일, 포르투갈, 오스트리아가 치열하게 경합했다. 그 결과 포르투갈은 134표, 오스트리아는 131표를 각각 얻어 유엔 회원국 전체 숫자의 3분의 2를 넘기며 무난히 당선됐다. 반면 독일은 104표에 그쳐 탈락했다.

 

오랜 기간 뉴욕에 머물며 세계 각국의 유엔 주재 대표부를 상대로 독일의 선거 운동을 진두지휘한 요한 바데풀 외교부 장관은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정말 실망스럽고 씁쓸한 패배”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자신의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려 했던 프리드리히 메리츠 독일 총리는 “이번 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유엔 안에서 주어진 책임을 계속 이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일(현지시간)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부 장관이 유엔 총회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앞두고 총회 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독일은 오는 202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비상임이사국에 입후보했으나, 포르투갈 및 오스트리아에 충격적 패배를 당하며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로이터연합
지난 1일(현지시간)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부 장관이 유엔 총회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앞두고 총회 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독일은 오는 202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비상임이사국에 입후보했으나, 포르투갈 및 오스트리아에 충격적 패배를 당하며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로이터연합

안보리는 유엔에서 무력 행사 등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거부권(veto power)을 지닌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5개 상임이사국에 거부권이 없는 10개 비상임이사국을 더한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10개 비상임이사국은 유엔 총회에서 비밀 투표로 선출하며 임기는 2년이다. 비상임이사국의 권한은 상임이사국보다 훨씬 작지만, 안보리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순회 의장국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모든 나라가 비상임이사국이 되길 선호한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만큼 유엔 가입이 다른 국가보다 늦었다. 동·서독으로 분단돼 있던 1973년 나란히 유엔 회원국이 됐고, 1990년 독일 통일에 따라 옛 동독은 독일에 흡수됐다.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독일은 총 6차례에 걸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9∼2020년 비상임이사국 임기를 수행하며 안보리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했다.

 

당장 독일 국내에선 야당들을 중심으로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좌파 정당은 “독일이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못 내고 미국을 추종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 지구 전쟁,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 등에서 독일이 국제법에 입각해 뚜렷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음으로써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신임을 잃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