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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전 단계 300만명 육박…치료 선택지 줄면 돌봄 부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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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약속을 자주 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늦어지는 시간이 먼저 온다. 의료계가 경도인지장애 단계를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으로 보는 이유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97만명으로 추정됐다. 2026년에는 101만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025년 298만명, 2033년 408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함께 늘면서 치매 전 단계에서 진행을 늦출 치료 선택지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환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 의료·요양비 지출까지 함께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재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단에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2020년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 치매 외 적응증이 선별급여로 전환됐다. 당시 본인부담률은 80%로 조정됐다. 이후 식약처 지시에 따라 제약사들이 효능 입증을 위한 임상재평가를 진행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대상 임상 결과 제출 기한은 2025년 3월, 알츠하이머 대상은 2025년 12월로 잡혔다.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일정 기간 처방액을 환수해야 하는 구조다.

 

대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만큼 약효 평가와 함께 환자 접근성, 장기 돌봄 비용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대로 효능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약제에 건강보험 재정을 계속 투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에서는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분석에서 1차 평가변수가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상시험 계획에 맞춰 약을 복용한 환자군과 일부 보조지표에서는 인지기능 유지·개선 흐름이 확인됐다는 게 임상을 진행한 측의 설명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짧은 기간 안에 뚜렷하게 포착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일부 인지기능은 떨어졌지만 일상생활 기능은 상당 부분 유지된다. 환자마다 원인과 진행 속도도 다르다. 1년 안팎의 임상시험만으로 시험군과 위약군 차이를 선명하게 가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 기능은 혈압이나 혈당처럼 약물 투여 직후 수치가 바로 움직이는 영역이 아니다”며 “경도인지장애 치료 효과는 단기 지표만으로 재단하기보다 장기 추적 결과와 실제 진료 현장의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 관찰 자료에서도 질환 진행 지연 가능성은 제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50만8107명 규모의 경도인지장애 환자 분석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군이 비복용군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전환 위험이 10.1%,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이 16.8%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관찰연구는 무작위 대조시험과 근거 수준이 다르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가 건강관리에도 적극적인 경향, 이른바 ‘건강한 복용자 편향’이 작용할 수 있다. 약물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 위험이 높은 단계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정상 대조군은 매년 1~2%가 치매로 전환되는 데 비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으로 이행된다.

 

문제는 환자 규모다. 복지부 조사에서 2025년 65세 이상 노인의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12%로 추정됐다. 2016년 조사 당시 예측치보다 환자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검진이 늘고 진단 기준이 세분화되면서 치매 전 단계에서 발견되는 환자가 많아진 영향도 있다.

 

치매가 가족에게 남기는 부담도 작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지역사회 거주 치매 환자 가족의 45.8%는 돌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비동거 가족도 주당 평균 18시간을 돌봄에 쓰고 있었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 거주 환자 1733.9만원, 요양병원·시설 환자 3138.2만원으로 조사됐다.

 

치매 진행을 늦추는 일은 약제 평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족 돌봄, 건강보험, 장기요양 재정과 맞닿아 있다.

 

당국의 고민은 분명하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해외에서도 효능 논란이 이어져 온 성분이다. 약가 정책 참고국 가운데 최초 개발국인 이탈리아에서 주로 의약품으로 인정되고, 다른 나라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같은 뇌기능개선제 계열인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등은 앞선 임상재평가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해 적응증이 삭제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 시장은 연 6000억원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재평가 결과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과 제약업계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그렇다고 접근성 문제를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사용 범위가 크게 줄어들 경우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구 치료 옵션은 많지 않다. 은행엽제제와 니세르골린 등이 거론되지만 적응증과 실제 사용 범위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완전히 대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체치료제 신약도 모든 환자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약값과 추가 검사비 부담이 크고, 반복적인 주사 치료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고령 환자나 지방 거주 환자에게는 비용보다 병원 접근성이 먼저 장벽이 된다.

 

쟁점은 약효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효과가 확인된 범위는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 동시에 치료 선택지를 줄였을 때 생길 공백도 계산해야 한다. 치매 전환을 늦출 기회가 줄면 환자는 더 빨리 돌봄 체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부담은 가족과 건강보험, 장기요양 재정으로 옮겨간다.

 

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선택지까지 줄어들면 환자는 병의 진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환자 접근성을 좁히는 판단일수록 근거는 더 정교해야 하고, 실제 현장에서 생길 공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