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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전력 공급 첨병 미 와이오밍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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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와이오밍주 남서부 소도시 케머러의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SMR) 부지. 고도가 약 2109m로 한라산 정상보다 높은 곳이다. 중서부 고원 지대 특유의 광활하고 건조한 대지에는 소듐 테스트 시설 건설이 한창이었다. 물이 냉각재인 기존의 경수로형 원전과는 달리 내륙 지역 와이오밍에서 지어지는 SMR은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는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이다. 이른바 ‘4세대’ 원전으로 불리며,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보강한 원자력 발전 방식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남서부 소도시 케머러의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SMR) 부지에 소듐 테스트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SK 제공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남서부 소도시 케머러의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SMR) 부지에 소듐 테스트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SK 제공

◆경수로 없는 원전…AI 전력난 해결할까

 

와이오밍은 원래 서부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주다. 광활한 자연과 대지를 갖고 있지만 인구가 적으며, 서부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케머러 주변에도 이미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이곳에 들어서는 SMR은 첨단 방식의 원자력 발전을 통해 미 서부 실리콘밸리 등의 기술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게이츠재단이 1대 주주다. 2023년 케머러를 방문했을 당시 게이츠는 “이 시설이 지역 경제와 미국의 에너지 독립, 기후변화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 대응이 주된 관심사였지만, 그 사이 기술산업계는 인공지능(AI) 발전과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전력 수요 폭증에 직면하게 됐다. 테라파워는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12기 중 8기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을 염두에 두고 메타와 전력구매계약(PPA)를 이미 체결했다.

 

이 같은 구상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케머러에서 첨단 SMR을 짓는 미 기업 테라파워에 2022년 8월 2억5000만 달러(3800억원)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재정적 참여를 넘어 기술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23년 SK이노베이션은 한국수력원자력, 테라파워와 차세대 SMR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테라파워의 상업용 첨단 원전 건설을 승인했다. NRC가 신규 상업용 원전 건설 허가를 내 준 것은 10년 만이고 300∼500MWe급 비경수로형 SMR과 같은 첨단 원전 건설을 승인한 것은 처음이다.

 

와이오밍 케머러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SMR) 부지. SK 제공
와이오밍 케머러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SMR) 부지. SK 제공

테라파워 측은 액체 나트륨은 880도의 고온에서도 끓지 않기 때문에 대기압에 가까운 환경에서도 가동이 가능해서 높은 압력을 유지해야 하는 기존의 경수로형 원전보다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설명했다. 원자로가 지하에 설치돼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확산할 위험이 적고 비상사태로 전원이 차단돼도 자연 냉각이 가능해 폭발 가능성이 작다.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기 때문에 해안이 아닌 내륙 지역인 와이오밍에서 건설할 수 있었다.

 

기존 원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출력 조정도 가능해 전력 수요 변화에 유연한 대응도 가능하다. 설비도 단순하고 모듈을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의 조립·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경수로형 원전보다 비용은 절반 수준이고 공사 기간도 짧다. 인근에 지어진 시뮬레이터 시설에서는 SMR의 실제 운전 및 비상 시나리오 상황을 가정한 안전성 확인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에도 SK와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기업의 비중이 컸지만 원자로 부품 생산에도 한국 기업의 비중이 크다. HD현대와 두산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부품 주문이 이뤄졌고 2029년초에는 부품을 케머러 현장에 가져와 조립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라파워 측은 2030년에 완공해 1년∼1년반의 시운전을 거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40년까지 SMR 시장이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2050년 글로벌 원전 투자에서 SMR의 비중이 17∼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의 기술을 활용해 한국 첫 비경수로 기반 SMR 건설을 추진한다. 상업화 목표 시점은 2035년으로,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와이오밍 케머러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SMR) 부지. SK 제공
와이오밍 케머러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SMR) 부지. SK 제공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테라파워의 기술과 경험을 한국 1호 4세대(비경수로형) SMR 프로젝트에 적극 활용하겠다”면서 “미래 산업의 전력난 해소는 물론, 한국이 글로벌 첨단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관건…대미 투자프로젝트 포함될까

 

안전성과 관련, 이 관계자는 기존의 원전 사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면 SMR의 경우 10억분의 1이라 안전성이 1000배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도 기존 원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형 원전에 반경 20∼30㎞의 비상계획구역(EPZ) 설정이 필요한 데 반해 SMR은 300∼400m 정도다. 그만큼 안전성을 상당히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SMR 역시 방식은 달라도 핵분열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안전성 우려를 피해가기는 어렵다. 테라파워도 케머러에 SMR 건설을 추진하면서 안정성 확보와 지역사회 설득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팻 영 테라파워 수석부사장은 “연방정부에서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매우 견고한 원자력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예정보다 9개월 빠르게 허가를 받았고 이는 안전성 입증이 매우 강력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앤디 크루시엘 테라파워 건설총괄디렉터는 “우리가 초기에 가장 중요하게 추진한 것 중 하나가 지역사회 참여”라며 “5년 전에 지역사회 소통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주민 설명회도 많이 열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부연 설명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기자들을 만나 SMR 건설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SK 제공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기자들을 만나 SMR 건설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SK 제공

일본은 대미 투자프로젝트의 하나로 SMR 건설을 포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기업 GE 버노바와 일본 기업 히타치는 미국 테네시주와 앨라배마주에 400억 달러(61조원) 규모로 SMR을 건설한다. 한·미 무역합의에 따른 3500억달러(53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에 SMR 프로젝트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한·미 무역합의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그 안에 SMR이 포함될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정부 차원의 결정이지만 이와 별개로 상업적 측면에서 우리는 어떤 미국의 원자력 기업보다 한국 기업들과 강력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의 결정이 우리 프로젝트 진행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베크 CEO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지원이) 시작됐고 바이든 행정부를 지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며 SMR 사업에 대한 미 정치권의 지지가 초당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