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칸에 돌아왔다. 이번엔 수상자가 아니라 심사위원장으로. 2004년 ‘올드보이’로 그랑프리를 받고,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거머쥔 그가 올해 제79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석에 앉았다. 아시아 감독으로서는 두 번째이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다. 객석에서 시상대를 거쳐 심사석에 오르기까지, 22년이었다. 언론은 일제히 ‘한국 영화의 쾌거’를 외쳤고, 축하 논평이 쏟아졌다.
그런데 잠시 멈추자.
지금 이 순간, 한국의 극장가는 어떤가. 2025년 국내 영화관 연간 매출은 약 1조470억원.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1조9140억원과 비교하면 45%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관객 수는 2억2600만명에서 1억600만명으로 반 토막 났다. 연간 천만 관객 영화는 찾기 쉽지 않다. 투자배급사들은 1년에 투자 편수를 다섯 편 이하로 줄였고, 현장의 제작사들은 “극장에 볼 영화가 없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신인 감독이 데뷔할 통로는 좁아졌고, 중견 배우들의 출연 기회도 줄었다. 넷플릭스 같은 OTT는 제작비를 쥐고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칸 경쟁 부문에 초청받지 못한다. 영화적 위상과 산업적 현실이 이처럼 따로 논다.
박찬욱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역시 골든글로브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 극장 환경에서 그 성취가 다음 세대 감독에게 이어질 토양은 점점 얕아지고 있다.
물론 칸의 인정이 무의미하다는 말이 아니다. 박찬욱의 심사위원장 임명은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사의 중심에 들어섰다는 상징으로 읽힌다. 2019년 봉준호의 황금종려상 이후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아시아의 이국적 존재가 아니라 현대 영화의 한 축이 됐다. 그 성취를 폄훼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무는 뿌리가 살아야 꽃을 피운다. 칸의 심판석에 오른 감독을 길러낸 산업의 토양이 지금 말라가고 있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칸을 향한 박수만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기획개발 예산은 여전히 80억원 수준이고, 홀드백 제도 법제화는 논의 중이며, 3000억원 규모의 공적 자금 투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는 업계 안에서만 맴돈다.
박찬욱이 심판대에 앉기까지 그 뒤에는 수십년간 한국 영화를 버텨온 산업의 토양이 있었다. 그 토양이 지금 말라가고 있다면 칸 심사위원장 탄생의 감격은 온전한 기쁨이 되기 어렵다. 칸의 갈채가 기쁜 만큼 그 갈채가 닿지 않는 곳도 함께 봐야 한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