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거셌고 지형은 불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파상 공세가 가파르게 몰아친 6·3 지방선거에서 가장 극적인 드라마가 쓰인 곳은 단연 경기 남부 최대 격전지 성남시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선 시장을 지내며 정치적 자산을 키워낸 ‘정치적 고향’이자 여당의 심장부에서,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가 외풍을 뚫고 연임 수성에 성공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개표 결과(개표율 100% 기준)에 따르면, 신상진 당선인은 24만9634표(50.30%)를 획득해 24만1586표(48.68%)에 머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를 8048표(1.62%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진보당 장지화 후보는 1.00%를 득표했다. 이재명 정부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이자 ‘원조 친명’ 핵심인 김 후보를 상대로 일궈낸 고전 끝의 신승이다.
◆밤새 이어진 엎치락뒤치락 역전극…‘현직 안정론’이 뚫어낸 권력 프레임
성남시장 선거는 개표 마감 순간까지 유권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표 초반인 3일 오후 10시30분까지 신 당선인이 큰 폭으로 앞서갔으나, 자정을 기점으로 민주당 선호가 높은 사전투표함이 열리며 김 후보가 0.53%포인트 차이로 뒤집는 역전극이 일어났다.
그러나 4일 새벽 1시6분쯤 신 당선인이 다시 0.97%포인트 차로 선두를 탈환한 뒤 끈질긴 방어에 성공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선거 초반에는 높은 국정 지지율을 등에 업은 김 후보의 중앙 정부 원팀론이 기세를 올리며 신 당선인의 열세가 점쳐지기도 했다. 개표 과정에선 한때 수정구에서 김 후보에게 2배 넘는 표가 몰렸고, 텃밭인 중원구에서도 득표율이 떨어지며 불안감을 키웠다. 다만, 재건축 화두가 살아있는 분당구를 중심으로 신 당선인에 대한 강한 지지세가 확인되면서 역전의 물꼬를 텄다.
이번 선거에서 신 당선인은 성남 중원에서만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탄탄한 바닥 조직력과 민선 8기 동안 다져온 시정 성과를 토대로 막판 중도층의 ‘현직 안정론’을 자극했다. 이 같은 호소가 보수 지형을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는 평가를 듣는다.
신 당선인은 당선 직후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싸움이었다”며 “상대 후보의 정치 공세 속에서도 진정성을 믿어주신 시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국민께서 제1야당 국민의힘에게 드신 매서운 회초리를 가슴 깊이 새기고 가장 모범적이고 청렴한 시정의 선봉에 서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과거 퇴행은 없다”…10조 재건축 기금·순환철도망 구축 ‘시즌2’ 시동
의사 출신 정치인으로 선거 막판 최대 쟁점이었던 ‘분당 재건축 공공기여금 폭탄 논란’을 정면 돌파해 낸 신 당선인은 이번 승리를 통해 민선 9기 행정력에 거대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신 당선인은 이번 승리의 성격을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로 얼룩진 과거로 퇴행하지 말고, 민선 8기의 성과를 민선 9기로 고스란히 이어가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규정했다. 일부 전임 시장의 사법 리스크를 환기하며 시정 연속성의 정당성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 당선인이 공약한 대형 정비 사업과 인프라 구축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는 “성남은 세계적인 첨단과학도시로 성장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라며 “업무에 복귀하는 즉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분당과 원도심의 재건축·재개발을 차질 없이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신 당선인은 공약한 10조원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기금 조성을 본격화하고, 성남 전역을 촘촘히 잇는 순환철도망 구축과 판교 중심의 인공지능(AI)·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갈라진 표심을 수습하기 위해 “상대 후보의 좋은 공약까지 적극 포용하는 통합의 시정을 펼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