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주식을 순매도한 데다 중동 지역 무력공방까지 벌어지며 4일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1540원을 넘겼다. 외환당국은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5시6분 장중 최고 1540.3원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10일(장중 1561.0원)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13.6원 뛴 153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내내 1530원선을 위협하던 환율은 1529.7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쳤으나 이어진 야간거래에서 1540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주간 종가는 올해 3월31일(1530.1원)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시가가 1530원을 넘긴 것도 2009년 3월10일(1554.0원) 이후 17년3개월 만이다.
환율은 지난달 15일 이후 13거래일째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구제금융 사태(1997년 12월30일∼1998년 3월13일) 이후 최장으로, 외환위기 때인 2009년 2∼3월(11거래일) 기록을 넘어섰다.
최근 원화 약세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에 따른 수급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6조98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난달 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이는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2월27일 순매도액(7조812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날 중동 무력공방 소식까지 더해지며 원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3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최근 미국의 자국 공격에 대응해 쿠웨이트의 미국 공군기지, 바레인의 미 해군 5함대 기지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양측 무력공방에 국제 유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