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대표적 진보 강세 지역이자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32년간 단 한 번도 연임 시장을 허락지 않았던 경기 안산시에서 최초의 ‘재선 시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민근 안산시장 후보는 거센 보수 심판론의 외풍을 뚫고 안산의 정치 잔혹사를 끊어내며 시정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밤새 뒤집힌 벼랑 끝 역전극…다시 한번 입증된 ‘박빙의 승부사’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민근 당선인은 50.44%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천영미 후보(49.55%)를 0.89%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두 후보 간의 표 차이는 단 2631표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혈투였다. 개표 초반 사전투표함이 열릴 때만 해도 민주당 성향의 표가 쏟아지며 이 당선인은 천 후보에게 1만표 가까이 뒤지는 등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본투표함이 열리기 시작한 자정 이후 무섭게 격차를 좁혔고, 개표율 70%를 넘기며 역전에 성공했다. 날이 밝아 개표율 98%를 넘긴 오전 5시50분쯤에야 비로소 승리의 마침표를 찍은 피 말리는 승부였다.
이 당선인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단 179표 차이(재검표)로 제치고 당선된 바 있다. 이번 선거까지 두 차례 모두 초박빙 승부에서 생환하면서, 이 당선인은 지역 정가에서 ‘승부사’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더 이상의 정책 단절은 없다”…표류하던 사동·초지역세권 개발 탄력
이번 재선은 이 당선인 개인의 영광을 넘어 안산시 행정사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안산은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연임 단체장이 없었던 탓에 고질적 ‘정책 단절’을 겪어왔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 시장의 역점 사업이 전면 재검토되거나 폐기되는 악순환이 수십년간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초지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이다. 2009년 돔구장 건립을 포함한 대형 복합개발로 화려하게 출발했으나,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 기조가 흔들리며 17년째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민선 5기부터 7기까지 방치됐던 ‘사동 89블록 개발사업’ 역시 추진 동력을 잃고 방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당선인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안산에서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한 비결로는 민선 8기 동안 보여준 높은 공약 이행률과 뚜렷한 행정 성과가 꼽힌다.
이번 연임 성공으로 안산시는 처음으로 시정 기조를 유지하게 됐으며, 이 당선인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안산사이언스밸리(ASV) 경제자유구역 지정 완성, 안산선 철도 지하화, 광역교통망 확충 등 굵직한 사업들이 중단 없이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산단 노후화 깨부술 첨단 기술 도약…갈등 봉합과 고소·고발 후유증 극복 과제
이 당선인은 민선 9기 안산의 미래 먹거리로 제조업 중심의 전통 산업 구조를 로봇,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4차 첨단 산업 중심으로 대전환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노후화된 반월·시화 국가산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양대 ERICA 캠퍼스와 국책 연구기관, 첨단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확실하게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의과학·로봇 영재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 교육 혁신을 통해 인재가 머무르는 미래 지향적 스마트 도시로의 체질 개선도 공언했다.
다만 선거 기간 치열하게 번진 뇌물 의혹 논란과 이에 따른 양측 선거 캠프 간 맞고소·고발전은 임기 초반 지역 사회의 통합을 위해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당선인은 당선 확정 첫날 공식 행보로 기초·광역의원 당선자들과 함께 현충탑을 찾아 참배한 뒤 ‘화합’의 메시지를 냈다.
이 당선인은 “안산의 변화를 완성하라고 연임을 선택해 주신 시민들의 명령 앞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거 과정에서의 갈등과 분열의 앙금은 모두 털어내겠다. 오직 안산의 성장과 시민의 행복만을 바라보는 대통합의 시정을 실력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