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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뚫은 마약, 우편집중국 ‘2차 저지선’에 걸렸다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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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합수본, 제도 확대 20일 만에 6억 가까운 밀수 적발…세계 최초 ‘마약 표적 검색’
커피 봉지 속 숨긴 신종 환각제 2C-B 등 포착…‘통제배달’ 기법으로 밀수·수거책 기소
전국 5개 우편집중국 안전망 안착…“공항만 1차 검색 허점 보완하는 최후의 보루”

공항과 항만의 촘촘한 세관 검색을 교묘하게 통과해 국내 안방으로 향하던 수억원대의 밀수 마약류가 전국 우편집중국에 구축된 ‘2차 저지선’에 덜미를 잡혔다.

 

5일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이하 마약합수본)는 수원지검에서 브리핑을 열어 ‘마약 검사 2차 저지선 제도’를 통해 공항·항만 검색을 통과한 신종 마약류를 적발하고 밀수책 A(21)씨를 불구속기소, 수거책 B(30)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적발된 마약. 마약합수본 제공
 적발된 마약. 마약합수본 제공

이번 적발은 세계 최초로 도입된 우편집중국 대상 ‘마약 표적 검색 시스템’이 거둔 첫 성과다.

 

합수본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4~5월 네덜란드 등 해외 마약 공급업자와 공모해 강한 환각을 유발하는 신종 마약 2C-B 5137정(5억1300여만원 상당)과 케타민 996.47g, 필로폰 126.39g 등 총 5억9000여만원 상당의 마약류를 국제 우편물에 숨겨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4월21일 안양우편집중국 세관검사장에서 꼬리가 잡혔다. 밀수 조직은 엑스레이(X-ray) 검색대를 통과할 때 마약이 커피 원두처럼 보이도록 커피 봉지 안에 숨기는 치밀함을 보였으나 마약 검색에만 집중하던 관세청 판독 직원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2차 저지선 제도로 적발된 마약류 은닉 우편물. 마약합수본 제공
2차 저지선 제도로 적발된 마약류 은닉 우편물. 마약합수본 제공

마약 포착 직후 합수본은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 등으로 밀수책 A씨를 특정하는 한편, 마약 우편물을 정상 배송되는 것처럼 위장해 현장을 덮치는 ‘통제배달’ 기법을 구사했다. 이를 통해 지난달 서울 금천구의 한 건물에서 우편물을 수거해 공급책에 보고하려던 수거책 B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밀수책 A씨는 이번 적발 직전 별건의 마약 혐의로 대구에서 이미 구속된 상태였다. 합수본은 전국 마약 밀수 데이터베이스(DB)를 교차 분석해 이들이 가담한 총 6건의 조직적 밀수 범행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번에 위력을 발휘한 ‘마약 검사 2차 저지선 제도’는 국제 우편을 통한 마약 밀수가 급증함에 따라 검찰이 2024년 도입을 건의해 마련된 선제적 방어 시스템이다.

 

총기류나 폭발물 등 모든 위험 물질을 포괄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공항·항만 1차 검색과 달리, 전국 주요 5개 우편집중국(동서울·부천·안양·부산·중부권광역)에 배치된 2차 검사장은 오직 ‘마약류’만을 타깃으로 삼아 집중 검색을 펼친다.

 

지난해 12월 동서울우편집중국 시범 도입을 거쳐 올해 4월 전국 거점으로 확대된 지 불과 20일 만에 성과를 올리며 제도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은닉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1차 세관을 통과한 마약이 전국 각지의 주택가와 골목길로 배송되기 직전, 물류 거점에서 원천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신준호 마약합수본 제1부본부장은 “관세청 등 관계 기관과 끈끈하게 공조해 1·2차 저지선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