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하면서 서울시의 민간 정비사업 중심 공급 정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 2.0과 정비사업 규제 완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개발 등 일부 공급 사업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정책 조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신통기획·서울내집…오세훈표 공급정책 탄력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신속통합기획’이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고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오 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에 복귀한 뒤 본격 추진한 정책으로,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신통기획 2.0’을 발표하고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6.5년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도 신통기획을 통한 공급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핵심전략정비구역 지정과 정비사업 하이패스 도입 등으로 사업 속도를 높이고,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강북권에는 용도지역 상향과 고도제한 완화 등을 통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정비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인허가 절차도 복잡한 만큼 정책 연속성이 중요하다. 오 시장 당선으로 시장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서울 내 사업지들의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기존과 동일한 정책 흐름이 이어지게 됐다”며 “정비사업을 비롯한 주택 공급은 장기간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연속성이 확보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에도 힘을 싣겠다고 했다. 공약으로 미리내집(분양전환가능 장기전세주택)과 더 드림집+, 새싹원룸 공급을 확대하고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서울내집과 바로내집도 제시했다. 서울내집은 청년이 집값의 20%를 부담하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80%를 투자하는 지분형 주택 모델이다. 바로내집은 계약금만 내면 소유권을 먼저 취득하고 잔금을 장기간 나눠 갚는 할부형 공공주택이다. 다만 청년 자가 지원 모델의 경우 실제 공급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 공공주택 업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할부형 주택은 사실상 주택 금융상품에 가까운 개념”이라며 “공급 방식과 전매 제한, 시세 차익 처리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와 공급정책 조율 과제…신통기획 투명성도 숙제
오 시장의 공급 정책이 순항할 지는 미지수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공공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다. 정부는 올해 1월 공급대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기존 계획보다 2000가구 늘어난 8000가구 수준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급 물량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교육·교통·생활 인프라 계획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태릉 골프장(CC)와 군부지 개발 등 공공 공급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태릉CC 부지에 68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HIA)와 교통 대책, 기반시설 확충 등을 선행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경제·부동산학)는 “택지 개발이나 지구단위계획 사업도 결국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함께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서울시가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 국토부가 추진하기 어렵고, 반대로 서울시가 추진해도 국토부가 반대할 수 있는 만큼 양측이 손잡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통기획 운영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권 교수는 “신통기획이 공급 확대와 사업 기간 단축 측면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선정 과정의 기준과 절차를 보다 명확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정비사업 참여자들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