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8일부터 이틀간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에 북한을 찾는 것이다. 지난달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13∼15일)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빈 방문(19∼20일)까지 숨 가쁜 외교일정을 마친 시 주석의 방북은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그만큼 북·중·러 간 밀착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방증이다. 청와대는 5일 “북·중 간 교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희망 고문에 그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중·러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만 봐도 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실질적 조처를 주장하면서도 ‘북한 비핵화’는 언급조차 없었다. 대신 외교적 고립·경제 제재·무력 압박 등 수단으로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데 반대한다고 입을 모아 북측의 이해 대변에만 골똘했다. “조선(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出海)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를 계속할 것”이란 대목에서는 동해 진출을 위한 북·중·러 간 경제·군사·교통 인프라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나날이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현실은 개탄스럽다. 나아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버젓이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공개했는데, 중·러라는 믿는 구석이 없다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HEU 제조시설)을 현지지도했다고 관련 사진과 함께 알렸다. 북한 관영 언론이 신규 HEU 제조시설을 공개하기는 처음으로,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5년간 무기급 핵물질 생산능력은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치하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발표한 미·중 정상회담 설명자료에는 양국이 북핵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후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 측이 북핵 문제를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건설적 역할’을 수차례 천명한 만큼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자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북한도 상대가 미국이든, 동족이든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하루빨리 대화에 복귀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자강에 힘쓰지 않고는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평화공존을 온전히 지켜낼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한·미 정상회담 안보 분야 합의가 신속하게 이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양국 대표단은 지난 2∼3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는데, 작년 10월 합의 후 늦어도 너무 늦었다. 북핵·미사일의 고도화 속도를 감안한다면 전시작전권 전환, 대북정보 유출, 연합훈련 축소 등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시간 낭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