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의 권력 구도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할 모양새다. 여야 지도부가 받은 선거 결과 때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3일 광역단체장 선거(지방선거) 지역 16곳 중 각각 12곳과 4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인천·대전·세종·부산·울산·경기·강원·충남·충북·전북·전남광주·제주에서 이겼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대구·경북·경남을 확보했다.
재·보궐선거 14곳에서 민주당은 경기 하남시갑·안산시갑, 인천 연수구갑·계양구을, 충남 아산시을, 광주 광산구을,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 갑·을, 제주 서귀포시에서 이겼다.
국민의힘은 경기 평택시을,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대구 달성군, 울산 남구갑을 얻었다. 무소속은 부산 북구갑이다.
선거에서 최대 승부처인 서울 탈환에 실패한 민주당, 서울과 대구·경남을 지켰지만 산술적 의미에선 완패한 국민의힘 모두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리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책임론이 커질 경우 당내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패배 후폭풍 직면한 與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대승’으로 규정하는 모양새지만, 서울 탈환에 실패했다는 것을 만회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가 4일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픽’(선택)이라 불릴 정도로 선거 초부터 주목받았다. 민주당도 대대적인 지원을 했지만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선인에게 역전패했다. 재보선 격전지였던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도 내줬다.
산술적으론 큰 승리지만, 상징적 차원에선 그렇지 못한 상황인 애매한 선거 성적표는 오는 8월 말 또는 9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한층 더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정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인천 연수갑)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차기 당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는 만큼 당내 주도권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당대회를 앞두고 선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5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큰 틀에서 공천의 기준, 시대 정신, 당원들의 요구를 조금 더 담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지도부가 내부적으로 성찰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주요 광역단체장 경합지역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든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5일 의총에서 “선거에 대한 평가는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지만 시스템으로 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서울, 경기 평택을, 부산 북갑 등 격전지에서 패한 것에 대한 책임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세훈·한동훈 생환에 복잡해진 野
국민의힘은 전국적으로는 완패했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텃밭인 대구·경북·경남을 지켰다. 재보선도 대구 달성과 더불어 3곳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장 대표를 향한 책임론은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오 당선인은 헌정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이 됨으로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굳혔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장동혁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선거 전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거부하고, 선거 과정에서도 장 대표와 거리를 유지하며 독자적인 경쟁력으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부산 북갑에서 승리한 것도 변수다. 한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보수 재건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의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5일 SBS라디오에서 “장동혁 대표가 관여한 곳은 다 졌다”며 “부산도 박민식 (북갑) 후보가 2등으로 가다가 폭락으로 간 게 장 대표가 다녀간 뒤고, 박형준 부산시장도 장동혁 지도부와 함께 이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망했다”고 주장했다.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 승리한 유의동 의원은 5일 MBC라디오에서 “장 대표 스스로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게 곧 거취 표명으로 연결돼야 한다면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재섭 의원은 4일 YTN에서 “서울을 수성하긴 했지만, 현역 단체장들이 줄줄이 낙선했는데 어찌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상반된 인식을 드러내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이 여당에도, 야당에도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면서도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있었던 지방선거, 또 이번 선거의 시작 전과 비교하면 저희 당이 상당 부분 선전했다는 나름의 평가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우재준 최고위원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우리 후보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지도부 일원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선거 이튿날 페이스북에 “제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