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뜨자마자 커피부터 찾으시나요?”
직장인 이모(34)씨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 커피를 내린다. 텀블러에 아메리카노를 담아 집을 나서는 게 어느새 습관이 됐다.
아침에 마신 커피로는 충분하지 않은 날도 있다. 오후가 되면 다시 피로가 몰려오고, 커피 한 잔을 더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루에 두세 잔을 마시는 일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커피는 이미 한국인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7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우리 국민의 음료 섭취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이 가장 많이 마신 음료는 아메리카노 등 무가당 커피였다. 하루 평균 섭취량은 112.1g으로, 탄산음료 48.9g의 두 배를 넘었다.
커피를 마실 때는 보통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에는 첫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상 직후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몸이 잠에서 깨어나는 리듬을 고려하면 첫 잔의 시간을 조금 늦추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침 커피 한 잔, 오후 졸음은 왜 남을까
무가당 커피는 당 부담이 적고 접근성도 높다. 출근길 편의점, 사무실 탕비실, 배달 앱 어디서나 쉽게 손에 들어온다. 바쁜 아침을 버티는 가장 익숙한 선택지가 된 이유다.
문제는 커피를 많이 마셔도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카페인 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시는 시간이 몸의 리듬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지만, 수면 부족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전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에서 아침 커피로 버티고, 오후에 다시 커피를 찾는 흐름이 반복되면 피로는 뒤로 밀릴 뿐이다.
◆기상 직후, 몸은 이미 깨어나는 중
아침 첫 커피를 기상 후 60~90분 정도 늦춰보라는 조언은 코르티솔 각성 반응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잠에서 깨면 몸이 활동 모드로 전환된다. 혈압과 혈당이 올라가고, 집중력을 높이는 생리 반응도 함께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코르티솔 분비가 늘어난다.
코르티솔은 보통 기상 후 30~60분 사이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 이는 국제학술지 Psychoneuroendocrinology에 소개된 ‘코르티솔 각성 반응(CAR)’ 연구 결과다. 몸이 이미 스스로 깨어나는 시간대라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첫 커피를 조금 늦춰보라는 조언이 나온다. 물을 마시고 씻거나 출근 준비를 마친 뒤 커피를 마셔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와 수면 상태, 생활 습관에 따라 느끼는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커피보다 먼저 물 한 잔
아침 커피를 조금 늦추자는 조언에는 수분 문제도 있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호흡과 땀으로 수분을 잃는다. 아침에 입안이 마르고 목이 건조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상태에서 바로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물 한 잔을 먼저 마시는 편이 몸에는 더 자연스럽다. 커피의 이뇨 작용은 평소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밤새 비어 있던 몸에 수분을 먼저 채우는 습관 자체는 도움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기상 직후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다면 시간을 조금만 늦춰보는 것이다. 물을 마시고 출근 준비를 하거나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첫 커피를 마셔도 된다. 몸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컨디션 변화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첫 잔보다 더 중요한 건 ‘마지막 잔’
아침 첫 잔보다 수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늦은 오후 커피다. 카페인은 생각보다 오래 몸에 남는다.
미국 수면의학회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잠들기 6시간 전에 섭취한 카페인도 총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인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400㎎ 이하로 안내하고 있다. 전문점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제품과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0㎎ 안팎인 경우가 많다. 하루 서너 잔을 무심코 마시면 권고량에 가까워질 수 있다.
특히 오후 늦게 마시는 커피는 밤잠을 흔들 수 있다. 잠이 얕아지고, 자는 시간이 줄어들면 다음 날 아침 더 강한 커피를 찾게 된다. 피로를 줄이려 마신 커피가 다시 피로를 부르는 흐름이다.
커피를 끊을 필요는 없다. 먼저 바꿔볼 것은 순서와 시간이다. 아침에는 물을 먼저 마시고, 첫 커피는 기상 직후보다 조금 늦춘다. 오후 커피는 잠드는 시간에서 6시간 이상 떨어뜨려본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아침 커피를 반드시 끊을 필요는 없다”며 “기상 직후 물을 먼저 마시고 첫 커피 시간을 조금 늦춰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컨디션과 수면 상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커피를 마시느냐보다 언제, 얼마나 마시느냐”라며 “특히 늦은 오후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 수면의 질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