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과 국내 대기업이 ‘성평등 일터’를 앞세워 나란히 정부 포상대에 올랐다.
최근 다이슨코리아는 고용노동부 주관 ‘2026년 남녀고용평등 공헌 포상’에서 남녀고용평등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롯데물산은 같은 포상에서 더 높은 등급인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성평등한 일터가 더 이상 선언에 머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평등가족부와 국가데이터처의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2024년 18세 미만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 비중은 58.5%로, 2015년보다 11.3%포인트 높아졌다.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일·가정 양립 제도는 기업 복지를 넘어 채용과 이직을 좌우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다이슨코리아는 고용 기회균등,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회사는 임신·출산 지원부터 미취학 아동, 대학생 자녀 지원까지 이어지는 ‘가족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 생애주기에 맞춰 복지 포인트와 학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근무 방식도 유연하게 설계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근무 시간을 두되, 나머지 시간은 출퇴근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유급 병가와 임직원·가족 심리상담 제도도 함께 운영한다.
여성 관리자 육성도 별도 과제로 뒀다. 다이슨은 그룹 차원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에스파이어(ASPIRE)’를 통해 여성 인재의 성장 경로를 넓히고 있다. 회사는 앞으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가치를 조직문화 안에 더 깊게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물산은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 기념식’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평가의 핵심은 공정한 인사제도와 일·가정 양립이었다. 롯데물산은 성별이 아닌 직무 전문성과 역량을 기준으로 채용·평가 체계를 운영해온 점을 인정받았다. 법정 기준을 넘어선 모성보호 제도와 일·가정 양립 지원도 주요 수상 사유로 꼽혔다.
여성 인재 육성도 강화했다. 지난해 차세대 리더 육성 프로그램에서 남성 5명, 여성 4명 등 총 9명을 선발했다. 여성 인재에게는 롯데그룹 MBA 과정과 여성 리더 멘토링 참여 기회도 제공했다.
롯데물산은 육아 관련 모성보호 제도의 대상 자녀 기준을 법정 기준보다 넓게 운영하는 등 가족친화 제도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번 포상은 단순한 복지 경쟁으로만 보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유공자 및 우수기업 포상은 1995년부터 이어져 온 제도다. 남녀가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고, 고용평등 의식을 확산한 개인과 기업을 선정한다.
올해도 모성보호, 여성고용 확대, 출산·육아 지원, 일·가정 양립제도 활용, 차별 없는 조직문화 조성 등이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기업들이 성평등 일터를 말하는 이유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제도 도입 자체가 강조됐다면, 이제는 그 제도가 실제 경력 유지와 승진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졌다. 출산과 육아가 곧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가정 양립 제도는 더 이상 복지 차원의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여성 인재가 채용 이후에도 조직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지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